‘안락사 논란’ 말기암 부친 살해 남매 징역형… “사형수도 오늘 죽이면 살인”

기사승인 2014-03-04 0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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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말기 암으로 고통 받는 50대 아버지를 목 졸라 숨지게 해 ‘안락사 논쟁’이 일었던 남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한정훈)는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들 이모(28)씨와 딸(3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내(5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씨 남매와 아내는 지난해 9월 말기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모(57)씨가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하자 가족회의를 거쳐 이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연사한 것처럼 꾸며 장례까지 마쳤지만 죄책감에 술에 취해 “아버지를 죽게 했다는 사실이 괴로워 나도 죽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작은누나에게 보내고 자살을 기도하다 “남동생이 자살할 것 같다”는 작은누나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뒤 범행을 털어놓았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들은 이들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대부분 법정 최저형인 징역 1년 3개월에서 3년형을 건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형량을 높였다. 배심원들은 이씨 남매에 대해서는 8명이 징역 3년 6월, 1명이 징역 7년 의견을 냈다. 아내에 대해서는 1명이 징역 1년 3월, 8명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결보다 형량을 높였으나 선처를 요구한 배심원단의 평결을 존중해 일반 살인죄보단 형량을 낮추고 딸은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사 내일 죽는 사람,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오늘 죽이면 살인”이라며 “고인이 ‘죽여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병상에서 혼란된 상태에서 한 말은 진지한 뜻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