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다고 자살했단다, 한국은 대체 뭐하냐”… 서울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 인터넷 한탄 잇따라

기사승인 2014-02-28 0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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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졌다고 자살했단다, 한국은 대체 뭐하냐”… 서울 송파구 세모녀 자살사건, 인터넷 한탄 잇따라

[쿠키 사회] 서울 한복판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놓고 인터넷에서 한탄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21세기 대한민국 수도에서 벌어진 일이 맞느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8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오던 박모(60·여)씨가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건 26일 밤이었다. 당뇨병 투병을 포기한 큰딸(35), 카드 빚에 신용불량자가 된 둘째딸(32)도 함께였다. 나란히 누워 숨진 세 모녀 옆에 흰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겉면에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봉투에는 현금 70만원이 들어 있었다.

세 모녀가 살던 곳은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의 단독주택 지하방이다. 이불 두 채를 깔면 더 이상 공간이 없는 비좁은 방에는 누렇게 뜬 벽지 위로 박씨 부부와 두 딸의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화목해 보이는 사진 속 가족은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불행은 남편이 12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고혈압과 당뇨가 심했던 큰딸은 병원비 부담에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 박씨가 근처 놀이공원 식당에서 일하고 둘째가 종종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충당하며 아슬아슬하게 지내왔다.

그래도 월 38만원 집세와 매달 20만원 정도인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과금은 밀린 적 없었는데, 한 달 전 박씨가 식당일을 마치고 귀가하다 길에 넘어져 크게 다쳤다. 식당일을 그만두게 됐고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수입이 끊겼다. 막다른 길에 몰려 한 달간 고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세 모녀 시신은 집주인 임모(73)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임씨는 “1주일 전부터 방안에서 텔레비전 소리만 나고 인기척이 없어 의심스러운 생각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방 창문은 청테이프로 막혀 있고, 바닥에 놓인 그릇에는 번개탄을 피운 재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방문도 침대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기르던 고양이도 모녀 옆에서 함께 죽어 있었다. 봉투에 적힌 글을 본 임씨는 “정말 착한 양반이었는데…”라고 했다.

경찰은 외부인 출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점 등으로 미뤄 동반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수출을 많이 하고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한국보다,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지 않는 한국이 더 절실하다” “길에서 넘어지는 작은 사고로 세 모녀가 스스로 삶을 끝내야 했다니, 21세기 대한민국 맞나” “눈물이 난다. 슬프기도 하지만 우리 정부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더 화가 난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