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산재 분출 소식에 공격·혐오 발언, 비뚤어진 네티즌들

기사승인 2013-08-19 16: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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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산재 분출 소식에 공격·혐오 발언, 비뚤어진 네티즌들

[쿠키 사회] ‘저 화산재 다 아베 입속으로 들어가라.’ ‘훈훈한 기사네요.’

일본에 대한 젊은 네티즌들의 극단적 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판할만한 사안에 대한 건전한 목소리가 아닌 재난·사고 소식에 대해 던지는 무차별적인 공격성·혐오성 발언은 결국 낭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가고시마 현의 사쿠라지마 화산 폭발이 일어난 18일. 오후 8시쯤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언론의 기사가 나가기 시작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일본의 재난 소식인 만큼 일부 기사들에는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만큼 국내 네티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댓글의 수가 많을 뿐 내용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11시30분 1540개 정도의 댓글이 달린 쿠키뉴스 기사 기준으로 확인해 본 결과 ‘이야 신난다’ ‘축 폭발’ ‘지구에서 가장 더러운 나라’ ‘민폐왕, 방사능에 화산재에…’ ‘너의 슬픔은 나의 기쁨’ ‘아깝다. 더 큰 거 터지지’라는 등 비상식적인 공격·냉소 발언이 족히 1200개를 넘어섰다. 일부 네티즌들의 의미 없는 장난 수준으로 치부하기엔 그 규모가 너무 컸다. 심지어 ‘일본 망하면 안 된다. AV(성인비디오) 봐야 되니까’라는 등의 댓글까지 보였다.

일본의 사고 관련 소식에 대한 이 같은 몰아붙이기식 반응은 그동안 어김없이 나타나왔다.

지난 7일 일본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최근의 패턴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와 비슷해 다시 한 번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원숭이 섬나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등 악성 댓글이 따라 붙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최근에는 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은 청년층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이 오히려 장년층보다 더 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과연 앞으로 회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라며 “위안부 망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독도 문제 등 감정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일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이성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인 개인에 대한 증오는 결국 낭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들의 댓글이 결국 비뚤어진 ‘문화’를 끌고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곽 교수는 “사실 각 개인의 댓글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며 “다만 이런 댓글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군중심리를 자극, ‘나도 한마디 해야지’라는 식으로 전염돼가며 하나의 잘못된 문화로까지 발전돼 간다는 점이 더 위험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유명한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제가 젊은 사람들을 상대로 강연을 할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런 문제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잘못으로 감정이 안 좋아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문제와 사고·재난 문제는 분명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오히려 일본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인류애 가치에 입각해 품어주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