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의 최대 중간 기착지(寄着地)로 변신한 천수만

기사승인 2013-03-25 1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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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붉은 태양이 천수만 간척지 너머 서해로 모습을 감추자 갑자기 다양한 빛깔로 채색된 저녁 하늘 여기저기에서 새들이 무리지어 나타나 화려한 군무를 연출한다.

낮 동안 넓은 들판에서 먹이 활동을 끝낸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가 보금자리를 찾아 천수만의 모래섬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곳 천수만 와룡천 하구의 모래섬은 겨우내 황새, 노랑부리저어새, 기러기, 오리류 등 수십만 마리의 겨울철새들의 쉼터였으나 3월에 접어들면서 모두 번식지로 떠나고 빈자리를 흑두루미 수천마리가 임시 거처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동안 일본 이즈미시나 순천만을 떠난 6-7백 마리 정도의 흑두루미가 중간 기착지로 천수만을 이용하였으나 2010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구미 해평습지를 비롯해 낙동강 하류를 타고 북상하던 흑두루미 무리가 갑작스럽게 쉴 곳이 사라지자 대부분 이곳 천수만 간월호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흑두루미의 최대 중간 기착지(寄着地)로 변신한 천수만


작년에는 2천여마리의 흑두루미가 이곳을 거쳐 갔으나 올해는 그 수가 급격히 늘어 3천 마리 이상의 흑두루미가 이미 천수만을 거쳐 갔고 25일 현재 2천여마리의 흑두루미가 휴식을 취하면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산 서일고 한종현 교사는 “세계적으로 1만 마리도 안 되는 흑두루미의 대부분이 천수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특히 월동지를 잘 바꾸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흑두루미의 분산을 위해 순천만이나 천수만에서 꾸준한 먹이주기와 보호 활동을 벌인 것도 큰 몫”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부터 무리지어 세계적 철새도래지 천수만을 찾은 귀객(貴客) 흑두루미는 상승기류가 충분하고 맑은 날을 택해 3월이 가기 전 순차적으로 번식지인 중국의 동북부 지역으로 떠난다.

서산=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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