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성추행 미군’ 목격자 “여자가 끌려나가고…”

기사승인 2013-02-05 16: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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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성추행 미군’ 목격자 “여자가 끌려나가고…”


[쿠키 사회] 지난 2일 1호선 지하철 안에서 일어난 '여대생 성추행 미군' 사건의 목격자가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 여대생은 미군들에 의해 혼자 지하철 밖으로 끌려나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가해 미군 3명을 검거하는데 도움을 준 시민 이모 씨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그날 밤 9시 15분쯤 제 일행이 타고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미군 6명이 탑승했다. 미군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며 "탑승할 때부터 주먹만 한 스피커인지 라디오인지 카세트인지 음악을 크게 틀고, 타고 나서도 그걸 지하철 바닥에 내려놓고 여기가 클럽인지 지하철인지 나이트클럽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할 정도로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놓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춤까지 추는 등 매우 소란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씨는 "언어소통이 용이하지 않은 것도 있고 저 정도 (젊은) 나이면 저럴 수도 있겠다 싶어 참고 5분 정도를 갔다"며 "그때 한 여성분이 다가가서 미군들에게 '플리즈'라며 공공장소니까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대생은 '플리즈'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군들에게 정중하게 부탁한 것이다.


이 씨는 "거기에 미군들은 성적인 농담을 주고 받으며 희롱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제가 모욕적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그 여자분은 더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며 "점점 수위가 더 높아지면서 사진기를 들고 있던 흑인이 여자 분 사진을 찍기도 하고, 터치를 하기도 해 여자분이 신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에 따르면 피해 여대생은 조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와 말하는 등 수차례 부탁을 했지만 미군들은 이를 모두 무시했다.


모욕감을 느낀 여대생이 경찰에 신고하자 미군들은 몇 정거장이 더 지난 후 하차하려 했고, 이에 여대생은 홀로 미군들의 옷을 붙잡거나 막아서면서 버텼다.

이 씨는 "막으니까 밀치거나 피해서 나가려고 하고, 덩치가 훨씬 더 크고 힘이 세니까 (옷을 붙잡은 여대생이) 완력으로 끌려나가는 듯한 모습이 돼 버렸다"며 "혹시나 이렇게 떠나버리면 여성 분이 그 늦은 시간에 미군들에게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저희 일행 3명이 같이 따라 내렸다"고 말했다.

이 때부터 개찰구 쪽으로 가려는 미군 6명과 이를 승강장에서 막으려는 여대생 및 이씨 일행의 실랑이는 약 10분 간 이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씨는 미군으로부터 왼쪽 턱을 가격 당하기도 했으며, 결국 6명 중 3명을 경찰에 넘겼다.

한편 이들을 넘겨받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신원확인 절차만 거치고 해당 미군들을 그냥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 소파(SOFA·한미행정협정)에 따르면 현장에서 '1차 수사'를 진행해야 함에도 수사는커녕 신원확인만 하고 미 헌병대로 넘겨 '사법주권'을 스스로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씨에 이어 출연한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미군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어떤 요인을 우리가 제공하지는 않았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며 "미군 범죄에 대해서 한국정부가 일본이 하는 것처럼 단호한 대응을 했다면 어떻게 감히 미군들이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행패를 부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오 사무국장은 "철도공안(철도특별사법경찰대)이 도대체 미군 범죄 처리에 대한 매뉴얼이라도 갖고 있는 건지, 아예 미군 앞에서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다"며 "미군이 제대로 교육을 하고 있나를 점검하기 이전에 우리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것을 작동시키고 있는가, 유독 우리가 미군 앞에서만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닌가라고 성찰하고 점검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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