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받아먹으며… 짐승처럼 지냈다” 피랍 선원들 감금 생활 증언

기사승인 2012-12-03 0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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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받아먹으며… 짐승처럼 지냈다” 피랍 선원들 감금 생활 증언

[쿠키 사회]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석방된 제미니호 박현열 선장은 2일 비참했던 피랍생활에 대해 “우리에서 짐승처럼 지냈다”고 전했다.

박 선장은 청해부대 강감찬함을 타고 이동 중 연합뉴스와의 위성전화 통화에서 “빗물을 받아먹으면서 실지렁이와 올챙이, 애벌레가 떠다니는 것을 러닝셔츠로 걸러내면서 생활했다”며 “짐승과의 차이가 있다면 화장실을 이용한 것밖에 없다”고 했다.

박 선장 일행은 목욕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페트병에 물을 담아 작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잠을 청하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한다. 박 선장은 “오랜 감금생활로 운동을 전혀 할 수 없어 체력이 많이 떨어졌고 체중도 4명 모두 10㎏ 정도 빠졌다”고 전했다.

해적들은 올해 2월 19일까지 박 선장 등 4명을 함께 감금했지만 이후 석방될 때까지는 2명씩 나눠 감시했다. 싱가포르 선박회사나 가족들에게 협박 전화를 할 때만 4명을 한 데 모이게 했다.

박 선장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해적들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게 한 뒤 가족들이 들으라고 공포탄을 쏘고 선원들의 귀와 목을 비틀어 비명을 지르게 한 때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족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선박회사에 전화를 걸 때마다 선주 측에서 ‘회사를 믿어라’ ‘체력을 유지하라’ 등으로 당부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선주 측과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박 선장은 헬기를 타고 소말리아 해안을 빠져나오면서 태극기를 본 순간 ‘드디어 살았구나’ 하면서 가슴이 뭉클한 감격을 느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