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전세계 하나인 첨성대라도 되나요?” 김치 민족주의 비판 웹툰 논란

기사승인 2012-05-07 15: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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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전세계 하나인 첨성대라도 되나요?” 김치 민족주의 비판 웹툰 논란

[쿠키 사회] “김치를 기무치라고 하고 일본 음식인 것처럼 하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김치가 무슨 전세계 하나밖에 없는 우리만의 첨성대라도 되나.”

유명 웹툰 작가가 ‘김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웹툰을 게재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작가는 특히 자신을 비판하는 글에 대해 비아냥대는 댓글을 달아 논란을 키웠다.

포털사이트 야후에서 ‘조이라이드’라는 웹툰을 연재하는 윤서인 작가가 지난 2일 올린 ‘1435화_우리가 원조인데’ 편이 논란이 됐다.

웹툰은 한국인이 김치를 기무치로 파는 일본에 대해 “아니 왜 대한민국 김치로 일본이 돈을 벌고 있지?”라거나 “김치는 대한민국 고유의 음식인데! 큰일이다. 이러다가 김치를 뺏기겠어”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웹툰은 이런 시각으로 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베트남 쌀국수나 스테이크, 커피, 타코 등도 모두 약탈된 것이냐고 되묻는다. 웹툰은 미국인이 베트남과 호주, 이탈리아, 멕시코인 등을 앞에 두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평생 자기네 나라 음식으로만 사업을 해야 겠네”라며 “음식에 국경이라는 게 있나? 너희들도 햄버거로 돈 벌잖아∼”라고 일침하면서 끝이 난다. 즉 일본에서 김치를 변형한 음식으로 돈을 버는 행위는 나쁘지 않으니 이를 비판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네티즌들은 그러나 웹툰의 초점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율겔루’라는 네티즌은 윤 작가의 블로그에서 “일본이 김치를 만들어 파는 게 문제가 아니라 기무치라고 한국음식이 아닌 일본음식인 것처럼 하는 것이 문제”라고 적었다. ‘Revn’이라는 네티즌도 “국민 다수가 분개하는 이유가 ‘왜 한국 김치로 일본이 돈을 벌고 있지?’가 아니라 ‘왜 한국 고유의 음식 김치를 왜 일본 고유의 음식이라고 하지?’라는 것”이라며 “미국이 베트남 쌀국수를 미국 전통음식이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천기자’라는 네티즌은 “한국 고유 음식 중 하나인 김치를 그렇게 가볍게 여기다니,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이 많다면 (일제시대의 우리문화 강탈과 같은) 일본의 행동은 성공적이었던 거 같다”고 꼬집었다.

윤 작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기무치라고 하고 일본음식인 것처럼 하는 게 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도 우동을 굵은국수라고 하고 우리음식인 것처럼 하면 되지 않느냐. 음식이 꼭 어느 나라 음식이어야 하나? 김치가 한국 건지 일본 건지 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이나 있을까?”라고 적었다.

윤 작가는 이어 “정말 김치에 국운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그러면 우리도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츠케모노 같은 거 우리나라 거라고 우기면서 파세요. 그게 무슨 문제람. 맛있으면 그만이지. 뭐가 그렇게 슬프고 뭐가 그렇게 분한지. 김치가 무슨 전세계 하나밖에 없는 우리만의 첨성대라도 되나 댓글 참”이라거나 “그럼 김치 많이 보호하세요∼ 짜장면도 중국이 보호를 했어야하는데 보호받지 못하는 바람에 우리나라에 건너와서 희한하게 변형되었네요. 춘장에 카라멜 소스를 막 집어넣고 에구구 짜장면이 학대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윤 작가는 블로그에서 비판글이 이어지자 댓글란을 아예 닫았다.

네티즌들은 유명 커뮤니티 등에 모여 윤 작가의 웹툰과 대응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윤 작가가 네티즌들과 논란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게재한 ‘1319화 자살의 원인’에서 왕따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 학생의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의 웹툰을 게재해 거센 반발을 샀고, 이전에는 네티즌들로부터 ‘일본만 지나치게 부각하고 한국을 비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