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르장머리 없는 기차 안 중딩들” 네티즌 울컥

기사승인 2012-02-09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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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장머리 없는 기차 안 중딩들” 네티즌 울컥

[쿠키 사회] 달리는 기차 안에서 어린 학생들이 좌석이 없어 빈틈에 쪼그리고 앉은 할아버지를 배려하지 않고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할아버지를 곤혹스럽게 했다는 내용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네티즌들은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 미래가 걱정될 정도”라며 혀를 차고 있다.

논란은 다음달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손성대(19)군이 지난 7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기차 안 황당 실화’라는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손군은 “친구가 지난달 말 일주일간 자유기차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분통 터지는 사진을 접하고 글을 쓰게 됐다”고 운을 뗐다.

글에 따르면 손군의 친구는 대구에서 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 안에서 빈자리를 찾지 못해 객차 맨 뒤 빈 공간에 앉아 있었다. 이어 허리가 불편해 보이는 할아버지도 친구의 맞은편 빈 공간에 쪼그려 앉았다. 할아버지가 앉은 공간 앞 좌석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보며 시끄럽게 웃고 떠들었고, 뒤에 할아버지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을 청했다.

손군은 “학생들은 마치 할아버지를 없는 사람마냥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아, 왜 이리 불편해’라고 하며 계속 의자를 뒤로 젖히기까지 했다”며 친구의 말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손군은 “친구가 나서길 주저하는 사이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던 한 누나가 이 상황을 보고 학생들에게 할아버지 계신지 몰랐느냐고 화를 냈다”며 “학생들은 ‘아 XX, 잠자고 있었는데… 누구 있는 것 못봤다’고 하면서도 계속 그냥 잠을 자는 척 했다”고 전했다.

친구는 당시 상황을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손군에게 보여줬고, 손군은 사진을 글과 함께 인터넷에 올렸다. 사진에는 한 할아버지가 의자와 벽 사이 매우 비좁은 공간에 불편한 자세로 끼어있고 학생들은 편안하게 위자를 뒤로 넘기고 잠을 자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할아버지는 어린 학생들의 황당한 행동에도 아이들을 혼내는 친구의 누나에게 오히려 ‘괜찮다. 그만해. 애들이잖아’라고 말하며 말렸다고 손군은 적었다.

고발글과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린 학생들의 황당한 행동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글에는 “우리나라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거나 “할아버지 사진을 보고 울 뻔했다. 어떻게 저러냐”는 비난 댓글이 800여개 이상 달렸다.

일부 네티즌들은 ‘내 돈 내고 기차 타는 데 왜 의자를 뒤로 젖힐 수 없단 말이냐’고 지적했지만 손군은 “제 말은 자리를 양보하라는 게 아니라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손군은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래 이런 걸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사진을 보고 글을 인터넷에 쓸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일부 학생들이 철이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줘서 다행이다. 학생들이 신분에 맞게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군은 이어 “일부 네티즌들이 ‘글쓴이는 평소 예의 있게 행동하냐’고 지적한 것에 반박하기 위해 ‘글이 화제가 되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근처 장애인복지학교에 봉사활동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