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이 돼버린 ‘천사엄마’…거대 봉사단체 성추행·협박 파문

기사승인 2012-01-19 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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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이 돼버린 ‘천사엄마’…거대 봉사단체 성추행·협박 파문

[쿠키 사회] 유명 봉사단체인 라이온스 클럽의 성추행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사건 은폐를 위해 클럽 측이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을 회유·협박·위협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악화일로로 치닫는 형국이다.

◇“내가 돈 좌지우지, 애인하자”

이 사건이 불거진 건 지난해 12월. 지방의 한 장애인 자활 관련 비영리법인의 회장인 A씨(39·여)가 라이온스클럽 OO지구 총재 B씨를 성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내면서부터다.

9세 딸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이기도 한 A씨는 20년째 장애인을 돕고 있고, 아기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남자아이를 입양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천사엄마’로 불리는 유명인사다. 언론에도 수차례 소개됐을 정도다.

A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라이온스 클럽 OO지구 산하의 새 봉사조직 결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 여기에 A씨는 주변의 권유로 초대회장으로 위촉됐고, 같은 달 중순쯤 B씨가 장애인 차량 지원 문제로 의논을 하자며 불러 저녁식사를 같이 하게 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식사를 마친 뒤 B씨가 차 안에서 A씨에게 “애인하자. 내가 총재라 돈을 좌지우지 한다”며 A씨를 성추행했다. 또 신호대기 중에 신체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외롭고 힘들다”고 말하는 등 성추행을 일삼았다. A씨가 차량에서 뛰어내리겠다며 저항하자 B씨는 겨우 행위를 멈췄다.

A씨는 “자녀들과 날 믿고 따라온 협회 회원들을 생각해 진심어린 사과만을 바라며 고소하지 않고 꾹 참았다”며 “그런데 일부 부총재로부터 이상한 소문을 듣게 됐고 이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고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꽃뱀’이 된 ‘천사엄마’

A씨가 말하는 이상한 소문이란 “꽃뱀에게 걸렸다” “그 여자가 먼저 달려들었다”라는 등 B씨가 주변에 자신을 부도덕한 여자로 묘사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라이온스 클럽 OO지구의 부총재 중 한 명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실이다. B씨가 지구 임원들 앞에서 A씨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총재 역시 “‘꽃뱀에게 물렸다’고 하는 등 나도 2~3번 들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인해 라이온스 클럽 OO지구는 총재와 부총재단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부 부총재가 해촉되고 또 이에 반발한 다른 부총재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회유, 협박

B씨 측의 협박·회유 시도가 있었다는 A씨와 주변 인물들의 주장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A씨는 고소 이후 공중전화인 듯한 번호로 3~4차례 협박전화가 왔고, 지난해 12월말에 한 남자가 사무실 앞으로 찾아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웬 모자 쓴 남자가 다가와 ‘네가 그렇게 잘났느냐, 너 하나만 입 다물고 있으면 되는데 왜 떠벌려서 라이온스 협회를 쑥대밭으로 만드느냐’ ‘딸 먼저 보내고 싶냐. 넌 자식 먼저 보내고도 잘 살 거다’라는 등 위협을 하고 갔다”고 밝혔다.

A씨는 “내가 얼굴을 보려 하니 ‘이게 어딜 쳐다보냐’며 때리려는 동작을 하는 바람에 너무 겁이 나 얼굴도 못 봤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이 사건의 공정수사를 촉구하며 이 지역 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연 다른 지역 장애인차별철폐감시연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시연대 관계자는 “집회 전날 다른 장애인 관련 단체 회장이 찾아와 A씨를 도와주는 일에서 손을 떼면 충분한 보상을 해 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떤 단체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개의치 않고 다음날 집회를 열었는데 이번에는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협박했다”며 “라이온스 협회가 워낙 큰 단체라 여러 장애인 단체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수사에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심지어 이 사건을 취재한 한 지방지 기자도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19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약 2주전 밤 9시쯤에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들었다. 난 퇴근한 후라 직접 받진 못했고 다른 기자가 받았다”며 “‘회사를 불 질러버리겠다’ ‘앞으로 그 기자 밤길 조심하라고 해라’ 등의 협박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라이온스 클럽은 지역 유지, 정치인 등 소위 힘 있는 인물들이 대거 가입돼 있는 거대 단체”라며 “나 같은 약자들이 제2, 제3의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민감한 사건이고 현재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B씨에 대해 사실 확인 등을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며 정식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질 않았다. 사무실로도 전화를 해봤으나 다른 직원이 “들어오시면 연락하도록 전해주겠다”고 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현재 B씨는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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