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금품수수 시인] 받은 돈 대체 어디에 썼을까

기사승인 2009-04-08 0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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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여윳돈이 없었는지, 또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평소 친인척 비리가 없는 것을 정권의 최대 자랑으로 내세웠는데도 권양숙 여사가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본보와 통화에서 "권 여사가 빚이 많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빌렸다"고 말했다. 용처에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 했고, 또 원외 생활도 하면서 여러 곳에 신세를 많이 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실장 말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면서 돈을 쓸 수밖에 없었고 빚에 쪼달리다 권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미다. 봉하마을의 다른 측근도 "대통령이 되시기 전에 진 빚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혀 당의 공식 자금이 투입되는 대선에 앞서 후보측 스스로 돈을 충당해야 하는 대선 경선 과정이나 대선 후보로 나서기 훨씬 전에 진 빚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경선을 도왔던 한 인사는 "2002년 민주당 경선 후보 등록을 할 때 등록비를 마련하는 데에도 빠듯했을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용 씀씀이'가 아니라, 개인 용도로 썼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봉하마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도 "대선 전에 쓴 돈도 있고, 아들 건호씨 유학비 용도로도 쓴 돈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건호씨는 2006년 9월 다니던 직장에 무급 휴직을 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건호씨는 가족과 함께 유학을 가 학비는 물론 생활비도 만만찮게 들어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권 여사가 평소 노 전 대통령의 정치활동 때문에 건호씨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점을 늘 미안해했던 점에 비춰서도 유학비 지원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재산신고 내역을 보면 재임 기간 꾸준히 늘어나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렸어야 할 정도로 빚을 졌느냐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퇴임 당시 재산으로 9억7224만원을 신고했다.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에는 신고 재산이 2억552만원이었고 이후 매년 1억∼2억원 안팎씩 계속 재산이 늘었다. 특히 취임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서울은행에서 빌린 대출 1000만원을 제외하곤 2004년 이후 2007년까지 노 전 대통령이나 권 여사가 신고한 부채는 없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퇴임할 당시 봉하마을 사저 신축 비용으로 부산은행과 현대캐피탈에서 모두 4억6700만원을 빌려 새 빚이 생겨났다. 권 여사의 빚이 재산 신고 때 공개하지 못할 성격의 빚이었거나 사인 간 이자 지급이 없는 비공식적 거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이영재 우성규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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