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피습] 朴대통령 해외만 나가면… 지긋지긋한 ‘순방 징크스’

기사승인 2015-03-05 22: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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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피습] 朴대통령 해외만 나가면… 지긋지긋한 ‘순방 징크스’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도중에도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라는 대형 사건이 국내에서 터졌다.

5일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는 오전 7시4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통일운동단체 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 장소로 들어가던 중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부위를 다쳤고 피를 흘린 채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 5㎝ 가량이 찢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근육까지 일부 찢어져 상처가 깊은 편”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환자복을 입은 채 턱에 붕대를 감고 앰뷸런스에서 내린 뒤 부축을 받으며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는 괜찮아요( I’m OK)”라고 두 차례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사건 발생 직후 이를 보고받고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UAE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20분쯤 전화통화를 해 5분간 리퍼트 대사와 대화도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할 것”이라며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폭력행위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신속한 수사를 포함, 필요한 조치를 엄정히 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동순방 중 사건소식을 접하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으며 마음이 매우 아프다”며 “특히 몇년 전 비슷한 경험을 한 입장에서 리퍼트 대사가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런 상황에서는 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말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나서 연락을 하는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에 리퍼트 대사는 한국어로 “(박 대통령님의) 따뜻한 말씀을 듣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하면서 “의사로부터 대통령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고 들은 바 있어 오늘 통화가 더욱 특별한 대화로 느껴진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 대통령은 2006년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위한 지지연설을 하려고 단상에 오르다가 지충호로부터 커터 칼 공격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들을 항상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시 국내에서 계속 돌출 악재가 터져 순방 성과가 가려지는 징크스가 되풀이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방 징크스는 2013년 5월 박 대통령의 첫 해외방문인 미국 방문 때 시작됐다. 박 대통령을 수행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여성 인턴직원을 성추행한 뒤 전격 경질됐다.

다음 달인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순방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남북정상회의록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고,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논란 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순방 때는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친일 논란으로 정국이 달아올랐다. 박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정국이 시끄러워져 11번째 순방 징크스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