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북한은 핵항모 입항을 어떻게 알았을까?

기사승인 2013-05-07 14: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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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북한은 핵항모 입항을 어떻게 알았을까?

[쿠키 정치] 어린이날이자 휴일이었던 5일 밤 서울 용산의 국방부는 갑작스레 바빠졌다. 북한의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미국의 핵항공모함 니미츠호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에 이렇게 밝혔다.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전쟁연습의 화약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5월 10일경에는 새로운 해상합동훈련을 구실로 핵탄을 적재한 니미츠호 항공모함 타격집단이 부산항에 들이닥치게 된다고 하며, 8월 강행될 보다 확대된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도 벌써 본격적인 준비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개성공업지구를 완전폐쇄의 위기에 몰아넣은 주범들이 겉으로는 정상운영 설을 내돌리며 실제 취하고 있는 대결과 전쟁소동의 단면이다.”

그 시점까지 한국도 미국도 니미츠호의 입항을 공식 발표한 적이 없었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들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최고급 기밀은 아니었지만 군사보안 사항이었다. 북한 국방위의 발표 직후 기자들이 “니미츠 입항이 사실이냐”고 정부에 문의했지만 국방부는 즉답을 피했다.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북한 국방위 정책국 대변인은 평양에 앉아서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아냈을까. 혹시 훈련을 준비하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보가 새어나가기라도 했다면 중대 사안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군사 보안은 작은 틈새로 새어나갔다. 항공모함이 부산에 입항하는 것에 대비해 승조원을 태워줄 운전기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이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다. 포털 사이트의 한 게시판에 5월11일~13일 미국 항공모함이 부산 용호동 해군작전사령부에 잠시 선착하는데, 미군들을 수송해줄 기사를 구한다는 내용이 뜬 것. 또 사진동호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항공모함이 부산에 들어오니 사진을 찍으러 가자는 글이 북한 국방부의 발표에 앞서 올라와 있었다. 군이 기밀이라고 쉬쉬하고 있는 사이에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입항 이야기가 돌아다녔던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항공모함이 입항할 경우 이미 한달 전부터 해당 항구에 준비작업을 지시한다”며 “이를 담당하는 민간 회사가 있는데 운전사 모집도 그 회사가 준비하는 사항 중의 일환이다. 항모가 정박한 동안 승조원들의 숙박이나 관광, 쇼핑을 안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7일까지도 니미츠호와 관련된 사안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기자 : “니미츠호가 한반도 훈련에 10일에 하는 것을 북한이 먼저 알게 된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지금 추정이 되는데, 군에서 수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하고요. 이번 사안의 경중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대변인 : “일단 조사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수사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아는 바가 없습니다.”

기자 : “얼마나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대변인 : “그 내용이 북한이 어떻게 파악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경중에 대한 평가도 지금으로서는 곤란합니다.”

기자 : “10일에 니미츠호가 오는 것도 맞습니까?”

대변인 : “그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 “니미츠호 항공모함이 오는 것을 왜 공개를 안 하십니까?”

대변인 : “그 정보가 우리 정보가 아니고 미군의 작전 운영에 관한 것이여서 한국군이 그에 관해서 공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기자 : “항공모함이 들어와서 한미연합훈련을 하는지 여부도 아직 공개를 안 하실 것입니까?” 대변인 : “그렇습니다.”

기자 : “결정된 것이 없는 것입니까? 공개를 안 하는 것입니까?”

대변인 : “공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 “우리 군도 같이 하는 것인데, 그것은 우리 군 사항 아닙니까?”

대변인 : “어쨌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자: “리미츠 관련해서 이게 군 당국에서 물론 미군 자산이기는 하지만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군사기밀인가요? 어차피 항모가 해마다 들어왔었고, 또 들어오면 그게 군에서 공개 안 한다고 해도 부산항 일대에서 다 알 수 있는 것인데.”

대변인 : “그 말씀 맞습니다. 들어오게 되면 당연히 공개를 하죠. 매년 공개를 해왔고, 그러나 전력의 운용, 군사력 운용과 관련된 것은 운용하는 측의 결정에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운용하는 측에서 공개될 때까지는 어쨌거나 그 내용은 보안으로 유지를 하는 것입니다. 운용하는 측의 사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자 : “이어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북한도 다 아는 보안사안 이라면 공시를 안해야 될 이유가 있습니까?”

대변인 : “북한이 아닌 것인지 그냥 넘겨 짚어본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죠.”

미국 항공모함 승조원들 사이에선 한국 이불이 쇼핑 리스트 1위라고 한다. 한국의 이불이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현수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