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인성검사시스템 문제있나…김상병 훈련소 때 정신이상 판정

기사승인 2011-07-05 1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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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해병대 소초 내무반에서 총기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19)이 지난해 교육훈련단 때에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입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군 수사단장 권영재 대령은 5일 브리핑에서 “병원에서 (정신과) 진단을 받은 기록이 있다든지 과거 (정신) 병력이 있다든지 하는 사안은 없었다”면서 “군내에서 시행하는 인성검사에서 일부 그런 소견이 있어 관심을 둬야 한다는 점은 부대에서 식별했다”고 밝혔다.

전우들에게 총을 난사한 김 상병이 해병 2사단에 배치 전 포항의 교육훈련단 신병훈련 과정에서 시행된 인성검사에서 성격장애로 의심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제출한 ‘사고원인 및 경위’란 제목의 자료에서는 소초장인 모 중위가 김 상병에 대해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정신 불안 등이 확인돼 지난해 9월 7일 소속 부대 전입 후 특별 관리대상으로 관리해왔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자료에는 “소초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과 임무 부여 때 게으르고 귀찮아하면서 오전 취침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이상징후를 보여왔다”고 적혀 있다.

소초장 및 소초원들의 증언대로 김 상병은 교육훈련단 인성검사에서 성격이상 증세가 식별됐다. 지난해 9월 소속부대로 전입해 온 뒤에는 이런 증세가 실제 행동으로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김 상병은 지난 4월 서울 신촌 인근에서 고교생 몇 명이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것을 목격하고 이들을 경찰에 인계했고, 경찰은 소속 부대에 “훌륭한 해병”이라고 칭찬했던 부분은 의협심도 엿보게 한다.

문제는 훈련소에서 성격장애와 정신적 이상 징후가 보였는데도 현역부적합 판정없이 입대했다는 점이다.

김 상병은 작년 6월 병무청 징병검사에서는 신체적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신체등위 1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병훈련 과정에서 현역부적합 자원을 추려내는 목적의 인성검사시스템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작년 1~5월 기준으로 지원병제인 해병대 경쟁률이 2.74대 1로 높아 자원이 남는 상황에서 인성검사 결과를 무시하고 무조건 자대에 배치한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모든 것을 ‘기수’라는 잣대에 맞추는 해병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992년생인 김 상병은 올해 입영 대상이지만 한 해 먼저 입영하는 바람에 ‘19세 상병’이 됐다. 김 상병은 자기보다 한 살 많은 권모 일병이 고분고분하게 대하지 않았던 것에 감정이 상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기록된 김 상병의 메모 내용 중에는 “XX 엿같은 놈들아 장00(소속대 이병) XX야 기수 열외 시켜봐너 죽여 버리고 싶은데”라는 표현이 있어 심적인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한 예비역은 “기수 열외는 특정 해병을 해병대 부대원들 사이에서 후임자들이 선임 취급도, 선임자들이 후임 취급도 안해준다는 것”이라면서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지거나 부대원들의 눈 밖에 난 특정 사병을 사병들 사이에서 몇몇 상급자의 주도하에 하급자까지 동참해 집단 왕따 시키고 무시하는 행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나이를 중시하는 사회 문화와 기수나 계급을 중시하는 군대 문화가 충돌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초급 간부들은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좁혀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병대는 오는 31일까지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정밀진단을 실시해 관심 병사 관리 및 복무 부적합자 처리 강화, 구타와 가혹행위 근절, 상ㆍ하 간 신뢰구축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