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낮은 전염성’에 ‘높은 치사율’ 잊은 보건당국

기사승인 2015-05-27 03: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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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메르스, ‘낮은 전염성’에 ‘높은 치사율’ 잊은 보건당국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 1명이 추가로 메르스 확진을 받고, 또다른 의료진 1명과 같은 병실을 사용하던 환자 1명이 감염 의심환자로 격리되면서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첫 환자 발생 당시만 해도 (쿡기자가 보기에) 보건당국은 메르스의 전염성이 약하다며 애써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인 듯 했습니다.

세 번째 환자가 발생했던 21일 오후 당시 한 대학병원 관계자와 다른 일로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용무를 끝낸 뒤 그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해 보건당국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며 몇 마디 하더군요.

“(메르스는) 사람과 사람은 감염이 힘들고, 밀접접촉이라고 하던데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침 등 분비물은 아닌 것 같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 같은데, 질병관리본부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중동하고 우리하고 생활하는 환경도 다르잖아요. 거긴 우리처럼 밀집돼서 생활하지도 않고. 명확한 경로를 모르니까 위험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 같아요. 결핵 같은 전염병 정도로 보는 듯해요.”

때마침 21일 오후 세 번째 환자를 간호하던 딸이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검사·격리를 요구했다가 증세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는 당시까지 3명의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가족, 의료진 등 64명을 격리조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7일 감염 의심환자에서 다섯 번째 메르스 환자로 확진된 의사는 자가 격리 대상자 64명 중 1명입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자가 격리 당시 부인, 딸과 함께 집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다섯 번째 환자와 함께 감염 의심환자였던 간호사도 집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27일 새벽 첫 번째 환자를 진료한 의사 F씨(31·여)와 세 번째 환자 C씨가 입원한 병원에서 5인실 병동을 함께 쓰던 G(34)씨가 새롭게 감염 의심환자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G씨는 감염자로 확진될 경우 첫 번째 3차 감염자가 됩니다.

아직까지 보건당국은 국제적으로 3차 감염 사례가 없었다며 가족과의 일시적 접촉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자가 격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 자가 격리자들은 우선 가족과 2m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집안 내에서도 N-95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후 보건당국이 가족들에게로의 감염을 막기 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만 자가 격리자 스스로에게 지침 준수를 맡기고 이를 점검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같은 지침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3차 감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보건당국이 26일 자가 격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3차 감염 가능성 자체를 부인했지만 신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자가 격리 점검반을 따로 꾸려 지침 준수 여부를 따로 파악하는 한편 감염 의심환자 가족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또 환자가 스스로 원할 경우에는 고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이 없어도 인천공항검역소 내 격리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유하기로 했습니다.


보건당국은 이와 함께 메르스의 네 번째 환자(40대 중반 여성)가 확진 전 격리·검사 등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인 것과 관련, 26일부로 감염 의심환자의 기준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네 번째 환자의 체온이 38도를 넘지 않아 유전자 검사와 국가지정격리병상 이동 대상자가
되지 못했지만 결국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만큼 고열의 기준을 38도에서 37.5도로 낮췄습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과잉 조치를 하지 않고 지나친 공포심을 주지 않으면서도 환자나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제 기준을 준용해 정확한 조치를 취해 왔다”며 “발열 등의 증상이 변동이 심해 놓치는 환자를 줄이기 위해 검사의 수행 기준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메르스의 특징을 요약하면 “치료약이 없고 치명적이지만, 전염성을 약한 편이다”는 것입니다. 미국 NBC 방송은 미국 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된 직후인 지난해 5월 ‘메르스란 무엇인가, 이 미지의 바이러스와 관련된 5가지 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메르스를 이 같이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메르스에 대처하는 보건당국의 모습을 보면서 보건당국이 ‘전염성이 약하다’는 데만 초점을 맞춰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면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네 번째 환자를 돌려보냈을 때도 그랬고, 자가 격리자에 대한 관리에서도 이런 모습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네 번째 환자든, 자가 격리자든 초기부터 보건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했다면 3차 감염에 대한 우려도 지금처럼 커지진 않았을 테니까요.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를 빌리지 않더라도 메르스는 분명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확산되며 8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전염성이 크게 낮은 질병입니다.

하지만 메르스는 치사율이 40%를 넘을 만큼 한 번 감염되면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위험한 질병입니다. 치료약도 아직 없습니다. 치사율은 사스보다 6배나 높다고 합니다.

생명의 중요성은 집단이나 단 1명이나 모두 소중합니다. 비교의 가치가 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비록 소수라도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국가를 믿고 따르기 마련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메르스에 대해 ‘전염성이 약한’에 치우치지 않는, ‘치명적이고 치료약도 없는’에 더 초점을 맞춘 보건당국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pi0212@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