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좋은 유치원은 학부모와 ‘신뢰’로 만들어 가는 곳”

기사승인 2015-02-24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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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 일산 하늘유치원 원장

[쿠키뉴스=김진환 기자] “좋은 유치원은 거창한 교육철학을 내세우기보다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해요. 유치원에 오면 즐겁고 재미가 있어 또 오고 싶은 곳이 돼야 합니다. 이 시기의 놀이를 통한 경험과 체험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상아 하늘유치원 원장의 첫마디다.

일산 풍동 숲속마을에 위치한 하늘유치원은 7개 학급 208명 규모로 일산지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시설과 규모를 자랑한다. 일산거주 학부모들에게 꽤 이름이 알려진 유치원인 만큼 시설면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치원 내부에 축구장, 요리실, 놀이터, 수영장, 미술실, 도서관을 갖추고 있다. 원활한 학습지원과 유아 안전을 위해 모든 시설을 건물 내부에 갖춘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시설과 우수한 교사진을 자랑하는 하늘유치원이지만, 이 원장은 하늘유치원의 가장 큰 강점으로 ‘먹거리’를 꼽았다. 영양사가 식단을 관리하며 아이들 간식과 점심을 챙긴다. 통조림과 일부 해산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산 식자재를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 간식도 흔한 가공식품을 쓰지 않고 아이들의 기호를 고려해 샌드위치, 맛탕, 돈가스 등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또 식재료별로 알러지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원아들의 건강상태도 개별적으로 꼼꼼히 체크해 식단을 준비한다.

특히 흔한 우유급식과 달리 이 곳에서는 매일 콩을 직접 삶고 갈아서 만든 ‘두유’를 먹이고 있다. “아이들이 자랄 때 교육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한 식재료로 건강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거예요. 손이 많이 가고 고생스럽더라도 먹는 데 절대 소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꼭 지켜야 할 원칙 같은 거죠”라고 말하는 이 원장은 “안전하고 편하게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 다음 교육이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늘유치원은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환경 외에도 알찬 교육프로그램으로 학부모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곳은 프로젝트 수업을 강조한다. 기본적인 커리큘럼은 있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겨울’ 이야기를 하다가도 ‘눈사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눈사람을 주제로 이야기, 미술, 음악 등을 연계해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전형적인 지식전달과 통제의 교육이 아닌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와 호기심에 ‘딱’ 맞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딱히 정해진 교재나 교구도 없다. 교사들이 직접 아이들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고 그 때마다 직접 교육에 필요한 교재와 교구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교육준비가 만만치 않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하늘유치원은 다양한 체험을 강조한다. 원내에서도 다양한 체험식 교육을 진행하지만 도심의 아이들이 자연과 접할 시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월 1회는 무조건 야외로 직접 원생들을 데리고 나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시간을 갖는다.

계절별로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산물들을 가져와 다시 유치원에서 교육 재료로 사용하면서 자연의 중요성과 연계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장은 “매일이라도 자연과 함께하는 놀이와 교육을 하고 싶지만 도심에선 제한이 크기 때문에 그 점이 걸린다”며 아쉬워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유치원의 안전적 측면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갈수록 외부의 안전 위해 요소들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아직 어린 원아들이 안전하게 교육과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면서 “좀더 효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며 원아들의 안전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특히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늘유치원은 매년 관계기관의 소방안전점검과 교육부의 행정 점검을 수차례 받고 있다. 물론 점검 결과 모두 우수한 판정을 받았다. 개원 이래 쭉 아이들에게 소방 대피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상황별 비상탈출로 대피와 비상시 행동요령에 대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아이들도 체험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이 재미있다며 훈련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쿠키人터뷰] “좋은 유치원은 학부모와 ‘신뢰’로 만들어 가는 곳”


최근 어린이집 유아학대 사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유치원의 고민도 커졌다. 이 원장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와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는 교사들 간의 관계가 심각할 정도로 틀어지고 있다”면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신뢰회복이고,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 제공된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보기엔 똑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와는 차이가 크다. 이 원장은 현재 너무 쉽게 인터넷만으로도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보육교사의 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보육교사와 유치원 교사는 자격 취득 과정부터 차원이 다르다. 보육교사의 자격검증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의 설립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처우문제에 대한 고민도 문제다. 최근에는 유치원 교사도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고 좋은 사립유치원이 많이 생기면서 능력 있는 교사에 대한 수요도 늘고 그만큼 대우도 나아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는 타 직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근무시간과 수업준비, 학기 중 개인시간 사용 제한 등 직업의 특성상 제한적인 요소들이 많다. 또 이직이 많고 결혼과 동시에 그만 두는 경우도 많아 오랜 경험을 가진 숙달된 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원장은 “교사에 대한 믿음이 다시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돌아온다”며 “잘못에 대한 따끔한 지적도 필요하지만 따뜻한 배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아학대 사건으로 CCTV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교사들의 인권’에 대한 배려도 충분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원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문제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믿음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교사들의 인성과 자질 향상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이 원장은 “관할 내 어머니들의 커뮤니티가 어디든 존재한다. 실제 유치원의 경우 커뮤니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인데 뜬소문으로 들은 잘못된 정보로 선입견을 가진 부모님들이 꽤 계신다. 궁금하고 확인하고 싶은 것은 직접 내원해서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선생님과의 솔직한 대화와 서로에 대한 신뢰다”고 강조했다. goldenbat@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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