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질에 목숨을 걸었다면 체험해 보세요… 오디오플라이 ‘AF-180‘

기사승인 2014-06-30 18: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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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에나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한 제품을 사기 위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 마니아들이 존재한다. 최고의 맛을 느끼고자하는 미식가들도 이들 중 하나.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미세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을 꼽자면 단연 오디오파일(AudioPile)을 들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맛깔스럽게 음악을 소화하는 음향기기가 있다면 거금을 주고서라도 구입할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이어폰의 가격은 얼마정도 일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이어폰의 대다수는 5000원에서 2만원 사이다. 하지만 이어폰 사용자 중 스마트폰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굳이 구입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기자 역시 1만3000원짜리 이어폰을 사는 데 편의점에서 한참을 망설인 기억을 갖고 있다.



49만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가격이 아니다. 호주 유명 음향기기 브랜드 오디오플라이(AUDIOFLY)에서 내놓은 플래그쉽 라인의 최상위 이어폰 ‘AF-180’의 가격이다. 지난 1월 개최된 미국 세계가전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돼 관람객들로부터 호평 받은 제품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그만한 가격을 주고 이어폰을 구입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음악을 감상하는 순간 의문은 곧 수긍으로 바뀌게 된다. 4개의 밸런스드아마추어(BA) 드라이버를 탑재, 부드럽고 풍성한 저음과 함께 고음에 특화된 음질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비싼 값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AF-180은 50만원 가격의 이어폰을 사는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반인보다는 음악를 직업으로 삼았거나 ‘음질에 목숨을 건’오디오파일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리뷰의 관건은 ‘과연 가격에 어울리는 성능을 가졌느냐’다. 이어폰과 처음 대면할 때 만나게 되는 건 고급스러운 케이스다. 오디오플라이의 철학이 담겨있는 종이포장으로 감싸진 케이스를 열면 먼저 회색 스펀지에 오롯이 보관된 이어폰과 마주하게 된다. 유닛이 외부에 노출돼 있고 케이블과 플러그는 하단에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이외에 이동용 케이스가 별도로 마련돼 있어 사용하지 않을 때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비싼 이어폰이니 보관에 신경 쓰라”는 업체 측의 의도가 느껴지는 듯 하다.



AF-180은 내구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먼저 중심 케이블은 군용이나 아웃도어 용품에서 주로 사용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코듀라 소재를 사용했다. 유닛과 연결된 케이블은 단선의 위험이 높은 타 이어폰과 달리 두개의 전선을 꽈배기처럼 꼬아 쉽게 끊어지지 않도록 강도를 높였다. PVC 소재로 보이는 클립은 보행 중 케이블이 흔들리는 걸 최소화해준다. 플러그 역시 대중적인 직선형이 아니라 기역(ㄱ)자 형으로 디자인, 이어폰 고장의 가장 주된 원인인 케이블단선을 방지하도록 했다.

외형적인 측면으로 볼 때 AF-180의 최대 장점은 이어팁에 있다. 이어팁이란 커널형 이어폰의 스피커를 감싸 귓구멍에 끼우는 용도로 설계된 부품이다. 주로 고무 재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AF-180 이어팁은 스펀지로 제작됐다. 학창시절 이어플러그를 연상케 하는 AF-180의 이어팁은 사용자의 귓구멍 형태에 맞춰 변형돼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준다. 음악을 재생하지 않더라도 이어폰만 착용하면 바로 옆 사람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유닛 위쪽에는 이를 귀에 고정할 수 있도록 걸이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품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이어폰 안쪽에 적힌 R·L 문자를 보지 않으면 어떻게 착용해야 할지 헤맬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귓구멍에 착용한 이어팁이 유닛을 고정하기 때문에 기자는 귓등걸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을 때 임시로 귀에 걸어두는 용도로 사용하면 적합할 듯 하다.

음질 테스트를 위해 영화 ‘다크나이트라이즈’OST ‘Rieses’ㆍ록그룹 딥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ㆍ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의 ‘레인보우 브릿지’총 3개 장르별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했다. 스마트폰 기종은 삼성 갤럭시S3, 음악 스트리밍은 ‘네이버 뮤직’을 이용했다.

먼저 총평을 하자면, AF-180이 출력하는 소리는 동일한 음악을 재생하는 타 이어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음악을 감상할 때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 이어폰을 착용한 후 작은 음량으로 음악을 재생시키더라도 외부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를 간과한 기자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골목길을 걷다 마주 오는 오토바이와 부딪힐 뻔 했을 정도다.

음량을 최대로 높이더라도 노이즈가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귀도 아프지 않다. 오히려 이를 통해 다른 이어폰에서 잡지 못하거나 음량이 낮아 충분히 출력하지 못하는 사운드까지도 정확히 소화한다. 기자의 지인이 AF-180으로 음악을 감상한 후 “소리가 많아졌다”고 표현한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눈을 감고 AF-180을 사용한다면 실제 음악 감상실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또한 영화에서나 사용될 법한 ‘3D’란 단어를 음악에 붙여도 될 듯 하다. 평면적으로 음악을 출력하는 다른 이어폰과 달리 음역대가 훨씬 넓어져 묵직한 중저음과 선명하고 자극 없는 고음으로 음악을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일반 이어폰이 콘서트장 문밖에서 귀를 대고 음악을 듣는 거라면 AF-180는 실내에서 직접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음질에 목숨을 걸었다면 체험해 보세요… 오디오플라이 ‘AF-180‘


◇영화 ‘다크나이트라이즈’OST ‘라이즈(Rise)’=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특유의 비장하고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 테마. AF-180이 표현하는 중저음을 확인하기 위해 선곡했다. 웅장한 도입부가 귀를 압도한다. 초반에 나오는 북소리는 마치 귓전을 때리는 것처럼 강렬하게 느껴진다. 마치 동굴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듯 울림이 깊고 넓게 퍼지는 듯 하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여러 현악기들이 전면에서 연주할 때 뒤에서 홀로 북을 울리듯 입체감이 느껴진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피날레 순간 발자국 소리가 난다는 점. AF-180로 재생하기 전까지 듣지 못한 소리다.

◇딥 퍼플 ‘하이웨이 스타(Highway star)’= 록그룹 딥 퍼플의 노래 중에서도 빠른 템포와 고음을 자랑하는 노래. AF-180이 표현하는 고음역대의 보컬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선곡했다.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일반 이어폰보다 훨씬 날카롭게 들린다. 이와 함께 선명해진 베이스의 빠르고 역동적인 연주로 마치 정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보컬 이안 길런의 찢어지는 듯한 창법을 최대음량으로 올려도 잡음이 나타나지 않는다.


◇스티브 바라캇 ‘레인보우 브릿지(Rainbow bridge)’=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스티브 바라캇이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한 걸로 유명한 곡이다. 악기들의 조화를 확인하기 위해 선곡했다. 전체적인 멜로디를 이끌어나가는 피아노의 음질이 도드라져 마치 바로 옆에서 연주하는 듯하다. 색소폰 역시 선명한 음색이지만 음량을 높이면 다소 거슬릴 정도로 강렬했다. AF-180는 일렉트로닉이나 전자음이 섞인 음악보다 다양한 소리가 조화롭게 연주되는 언플러그드(Unplugged) 음악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듯 싶었다.

귀를 덮어야 하는 헤드폰을 축소한 게 이어폰이라고 하지만 AF-180는 웬만한 헤드폰 성능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AF-180은 다른 이어폰을 착용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낸다. AF-180를 듣다 다른 이어폰을 사용하면 그 음질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AF-180를 비롯한 오디오플라이의 플래그쉽 라인 AF-160, AF-140, AF-120은 압구정 셰에라자드와 교보문고, 프리미엄 리셀러, 대학로 이어폰숍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예약구매 시 로지텍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로 증정한다.

신민우 기자 smw@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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