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 불법 사찰 정황 드러나

기사승인 2014-04-18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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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카메라 촬영, 24시간 감시와 미행…법원에 노조활동 금지 신청 제출

[쿠키 건강] 서울대학교병원이 노동조합 간부에 대해 물래 카매라 촬영, 24시간 감시와 미행 등 불법 사찰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이하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은 인권유린과 노동조합 탄압을 멈추고 헌법을 준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인 서울대병원이 노동조합 간부를 24시간 감시하며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해당 기록에는 ‘15:00, 15:40, 16:30, 17:20, 18:00, 18:25, 17:30’ 과 같이 ‘분’ 단위로 노조간부의 행적이 기록됐다. 또한 누구와 언제 식사하고 무엇을 먹었는지, 몇 명이 모여서 이야기를 했는지, 병동순회와 소식지 배포 시간까지 기록됐다.

서울대병원 노조 측은 “모든 기록은 실명이었다. 이는 군부독재나 나치 시대의 반민주적 사찰을 연상케 할 정도로 섬뜩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시간이 기록되는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경비직원에게 배포하고 옷 속에 숨겨 노조간부를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 시 노조간부의 발언은 녹취됐고, 병원은 이를 속기록으로 남겨 기록을 작성한 직원이 실명으로 보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 직원이 아닌 다른 사업장 간부와 하청분회 간부의 개인신상정보까지 불법으로 수집됐으며, 간부의 주민등록 번호와 집주소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병원관계자의 ‘서울대병원은 이전부터 계속 이렇게 해 왔다’는 말은 서울대병원의 인권의식이 어떤 수준인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원 측 법원에 노동조합 활동 전면 금지 신청도 논란

서울대병원은 또한 법원에 노조 활동을 금지하도록 하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오병희 원장이 2014년 단체교섭을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향춘 지부장 등 23명을 대상으로 ‘시위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신청 내용은 ‘서울대병원 내부 및 100m 이내로 접근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병원장에게 1회 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는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무시하고, 조합원이 종사하고 있는 사업장 내에서의 노동조합 활동도 금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오병희 원장은 취임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이번 사건은 그 시행착오 중에서도 특히 용납할 수 없는 반민주, 반노동,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고 “임신 14주에 해고당해 다음 달이면 출산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간호사에게까지 법원에 출두하라는 위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노조는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부정하고 서울대병원 안에서 인권유린, 생명경시, 노동자 탄압 등을 일삼으며, 서울대병원을 반민주의 대명사로 망치고 있는 이 상황을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오병희 원장은 인권유린을 중단하고 가처분신청을 즉각 철회하라. 그리고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노동조합과 전 국민에게 사죄해야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오병희 원장의 시대를 역행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그에 마땅한 응징과 책임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