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날 죽고, 잘린 개 머리 나오고’…동물 보호소서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11-09-29 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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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날 죽고, 잘린 개 머리 나오고’…동물 보호소서 무슨 일이?

[쿠키 사회] 최근 방치·학대의 장이나 다름없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유기동물 보호소 사례가 잇달아 발견돼 동물보호가들의 원성이 높다. 동물보호가들은 국내 유기동물 보호소의 전면적인 지방자치단체 직영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포획 당일 자연사한 동물도 수두룩

최근 쿠키뉴스가 입수한 인천시 수의사협회 유기동물 보호소의 올해 폐사처리대장(남구·남동구 1~8월, 연수구 1~7월)에 따르면 이 곳에서 폐사처리한 동물의 대부분이 보호소에 들어온 지 1개월이 못돼 자연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에 따르면 연수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자연사한 개, 고양이 등 유기동물은 총 189마리였으며 이 중 포획된 날로부터 2개월 이상 살다가 폐사한 유기동물은 5마리 밖에 되지 않았다. 일주일~1개월을 산 동물이 109마리로 가장 많았고, 일주일도 안 돼 자연사한 동물은 49마리, 1개월~2개월을 산 동물이 14마리, 포획 당일 자연사한 동물이 12마리였다.

1월부터 8월까지 총 237마리가 자연사한 남구 역시 일주일~1개월을 산 동물이 133마리로 가장 많았고, 일주일 이내에 죽은 동물은 70마리였다. 1개월~2개월을 산 동물이 18마리, 포획 당일 죽은 동물이 10마리였다. 2개월 이상 살다 죽은 동물은 6마리였다.

같은 기간 연수구에선 총 285마리가 자연사했다. 일주일~1개월을 산 동물이 175마리, 일주일이 안돼 자연사한 동물이 47마리, 1개월~2개월 동안 살다 자연사한 동물이 14마리였다. 23마리가 포획 당일 자연사했고, 2개월 이상 산 동물은 26마리였다.

즉 이 보호소가 관할하는 3개 구에서 711마리가 자연사하는 동안 417마리가 일주일~1개월, 166마리가 일주일 이내, 46마리가 1~2개월 정도만 살다 자연사한 것이다. 포획 당일 자연사한 동물도 45마리나 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동물보호가들은 원인을 부실한 관리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보호소 내에서 치료 및 보호·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면 이렇게 빨리 죽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보호소 내에서 각종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전염되는 등 극도로 열악한 환경을 방치하는 보호소의 탓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에 인천시 유기견 담당 관계자는 “동물들이 보호소에 들어오기 전 뭘 먹었는지 어떤 병을 안고 있었는지 등에 따라 상태가 달라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국내 보호소 여건 상 동물병원 수준의 치료를 기대하기 힘들다. 구충·백신 등의 접종과 기본적 치료 등만을 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해당 보호소에 대해 각 구와 시의 담당자가 점검을 나가고, 매일 소독을 실시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동고서 개 머리가 나와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대표는 최근 제보를 받고 경북 구미의 한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그 곳의 실상은 ‘경악’ 그 자체였다. 우리 안에 갇힌 강아지들은 배설물이 뒤섞인 물을 먹으며 살고 있었고 전염병에 걸린 채 방치된 강아지들이 수두룩했다. 급기야 냉동고 안에서는 절단된 개 머리가 나왔고, 다른 곳에서도 또 하나의 절단된 개 머리를 발견했다.

이에 대해 보호소 운영자 측은 “이웃에서 먹으려고 사놓은 개를 우리 냉동고에 맡겨놓았던 것”이며 “그 개는 보호소에 있던 개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보호소라는 이름 하에 받는 지자체 지원금을 동물들을 위해 쓰지 않고 사익으로 챙기고 있는 것”이라며 “해당 보호소가 동물들을 방치·학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 곳에서 수년간 봉사활동을 한 인근 주민 등의 증언과 폐사처리, 입양 관련 서류 등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직접 찍어 온 사진을 공개했으며, 관할 시청 측에 보호소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전면 지자체 직영만이 답”

동물보호단체 등은 전면적인 지자체 직영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저런 대책을 내놓아봐야 민간 위탁 방식의 테두리 안에서는 같은 문제만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민간 위탁 동물보호소는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동물 1마리가 들어올 때마다 1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1년에 수천만원을 한 번에 받는 곳도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이 안에서 치료·관리·폐사 등 보호 중인 동물 관련 비용과 인건비 등 시설 운영 관련 비용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이러다보니 보호소를 지을 때 들어간 투자금 회수 등을 위해 보조금을 최대한 아껴서 남겨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이 받아서 쓴 지자체 보조금은 영수증 처리 등 지출 내역에 대한 감시 체계도 전무하기 때문에 일부 보호소들은 동물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돈만 쓰며 아예 ‘수익사업’의 성격을 보인다. 결국 이처럼 불완전한 구조 속에 동물들만 고통 속에 죽어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동물들을 위해 성실하게 써도 부족한 돈을 가지고 수익을 남기려는 보호소들이 대부분”이라며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자체 직영 전환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전시 유기동물 보호소 소장으로 부임한 후 충격적인 관리 실태를 보고 내부 고발했다 한 달 만에 해임된 수의사 유모씨는 “개장수들 사이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는 ‘노후보장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지자체의 유기동물 보호소 사업만 따면 동물들만 데려다놓고 방치하며 ‘눈먼 돈’을 꼬박꼬박 챙겨가며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유기동물 담당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유기동물들을 위해 지자체 직영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며 “할 수만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국내에선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트위터 @noonke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