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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권총들이대며 포기각서 강요
  • 입력:2010.01.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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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 권총들이대며 포기각서 강요 기사의 사진

1980년 언론통폐합·기자해직 관여 문서로 확인

신군부의 계엄령이 서슬 퍼랬던 1980년 11월 12일. 모 언론사 사주 A씨는 당시 서울 소격동에 있던 보안사령부로 불려갔다. A씨는 권총을 찬 보안사 소속 군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려움에 떨며 언론사 포기각서를 써야 했다.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 방침에 따른 조치였다.



신군부는 이날 통폐합 대상에 오른 신문과 방송의 사주들을 일괄적으로 보안사 혹은 지역 보안대로 불러 포기각서를 쓰도록 했다. 저항하는 이들은 권총으로 위협했다. 각서를 쓴 사주들 가운데는 동양방송(TBC)을 소유했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도 있었다.

이날 이후 전국 64개 언론사(신문 28개, 방송 29개, 통신 7개)는 신문 14개, 방송 3개, 통신 1개로 통합됐다.

80년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신군부가 정권 장악을 위해 언론 통폐합에 관여한 사실이 문서로 확인됐다.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언론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영조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 통폐합의 큰 줄거리는 알려져 있었으나 문서로 확인되지 않은 게 많았다”며 “문서와 진술을 통해 언론 통폐합의 부당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전 전 대통령의 언론 통폐합 주도 여부와 관련해 “보안사령관부터 대통령까지 자리가 바뀔 때마다 언론 통폐합 관련 보고를 받은 게 확인됐고 이해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2007년 11월 조사 개시 결정 이후 2년 동안 4만5000쪽의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150여명의 관계자 진술, 29개 언론사가 제출한 서면답변과 증빙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밝혀냈다.

신군부의 언론사 통폐합 및 정기간행물 폐간, 언론인 해직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

통폐합 대상 선정은 80년 4월 언론사주 및 기자 동향 파악을 시작으로 친정부 성향 여부, 특정 정치인과의 친소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 보안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사찰 및 경영감찰 등의 위협도 가했다. 언론사 대표가 부재중일 경우 권한도 없는 총무부장 등에게 대리로 각서를 작성케 했다.

신군부는 또 동향파악을 통해 언론계 저항세력을 30%로 규정하고 이들을 해직하도록 언론사에 강요했다. 해직 언론인 명단은 보안사가 선정해 각 언론사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사에서 넘긴 명단은 900여명이었고, 실제 해직된 언론인은 1500명에 달했다. 특히 해직 언론인 가운데 30여명은 삼청교육대에 3주간 입소해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해직 언론인들은 취업이 제한돼 가정파탄, 생계곤란, 불명예 등의 고통을 당했다.

신군부는 내용이 외설적이고 부조리하며 사회불안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정기간행물 172종의 등록을 취소시켰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명예회복 및 피해구제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최종 조사보고서는 대통령 보고와 이의신청 등 절차를 거쳐 다음달 중순 공개된다.

엄기영 기자, 진연석 대학생 인턴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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