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교민 잇단 피살… 치안 불안에 안전확보 ‘비상’

기사승인 2015-10-02 2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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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교민 잇단 피살… 치안 불안에 안전확보 ‘비상’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이 피살되는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일 마닐라 외곽 지역에서 한국인과 중국 국적 조선족 부부가 총격으로 숨지면서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살해당한 한국인은 9명, 조선족은 1명으로 파악됐다.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이었다. 최근 석 달 사이에는 매달 피살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에는 60대 은퇴자 부부가 자신의 집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고 9월에는 60대 사업가가 사무실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두 사건은 원한이나 사업 분쟁과 관련된 범행이라는 게 경찰들의 추측이다.

필리핀에는 수도 마닐라를 중심으로 총 9만∼10만 명의 교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간 120만 명에 이른다.

현지에서 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범죄 표적이 쉽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총기 규제가 허술하고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청부 살인이나 납치가 가능한 점도 강력 사건을 부추기고 있다.

필리핀에서 총기 소지 허가제는 말 뿐으로 100만 정가량의 총기가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의 경기가 둔화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 또한 금품을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노후생활을 위해 필리핀으로 이주하는 한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안전 문제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와 지난 8월 피살된 한국인 부부는 은퇴 비자를 받아 필리핀으로 건너왔다. 이들이 살던 카비테주에는 골프장이 많고 기후도 좋아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다.

필리핀 은퇴청 지정 은행에 1만∼5만 달러를 예치하며 은퇴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필리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생활비도 비싸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우리 외교부가 9월 23∼25일 재외동포 담당 국장을 필리핀에 파견, 안전점검을 하고 현지 외교부와 경찰에 한국민의 안전대책 강화를 요청한 직후 일어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필리핀의 치안력 부족과 허술한 총기 규제 등이 맞물려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한인회는 한인 밀집 지역에 자율파출소 설치 등 자체 방범 활동을 강화하며 교민과 관광객이 범죄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 경찰청과 앙헬레스 경찰서에는 필리핀 경찰과 한국에서 파견된 경찰이 한국인 대상 범죄를 공조 수사하는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돼 있으며 인력 증원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사업 등을 할 때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외곽에 떨어져 사는 것보다 치안이 좋은 주거지나 경비원이 있는 주택단지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지의 한 교민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 등 대도시는 치안이 괜찮다”며 “필리핀에 대한 지나친 부정적 시각은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교민들의 사업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