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받아준 ‘익사’ 3세 난민 아이…父 “꿈꿨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기사승인 2015-09-04 10:04:55
- + 인쇄
하늘만 받아준 ‘익사’ 3세 난민 아이…父 “꿈꿨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익사한 채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사진이 타전돼 전세계를 울린 세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터키 보드룸의 한 영안실 밖에서 어린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며 “난 이제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꿈꿨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며 하염없이 오열했다.

아일란의 형인 5세 갈립, 아내도 이번에 함께 잃은 쿠르디는 3일 터키 도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이들을 땅에 묻고 나도 죽을 때까지 무덤 곁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쿠르디의 가족들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내전에 유럽으로의 이주를 결심한 쿠르디 가족은 일단 이웃 터키로 넘어왔다. 이번이 세 번째 밀입국 시도였다.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브로커에서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까지 가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쿠르디 가족이 탄 소형 고무보트에는 다른 난민들까지 12명이 꽉 들어찼다. 3세 밖에 안 된 어린 쿠르디마저 뭔가 불안하다는 걸 느낄 정도였다.

미국 CNN에 따르면 브로커는 쿠르디에게 “괜찮다. 안전하다"고 거듭 장담했다.

하지만 보트가 터키 해안을 출발하자마자 파도는 거칠어졌고, 배가 심하게 흔들리자 함께 배에 올랐던 브로커는 곧바로 뛰어내려 해안까지 헤엄쳐갔다.

쿠르디는 “배에 매달리려고 했지만 바람이 빠지고 있었다”며 “아내의 손은 잡았으나 아이들은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너무 어두웠고 모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어느새 아내의 손마저 놓친 그는 가족들을 찾아 물에서 20분 가량 머물다 불빛에 의지해 터키 해안까지 헤엄쳤다.

해안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하고 보드룸 시내에 이들이 주로 만나던 장소에도 가봤지만 가족은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갔다가 아들의 비보를 듣게 된 것이다.

이날 쿠르디의 가족을 실은 배 이외에 또다른 배도 전복돼 어린이 5명과 여성 1명을 포함해 모두 12명의 난민이 에게해에서 숨졌다.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불법 난민 이주를 알선한 시리아인 브로커 4명을 체포했다.

쿠르디 가족이 그리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고 싶었던 곳은 스웨덴이었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쿠르디는 이제 그냥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이젠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다. 아내와 아이들 곁에 앉아 죽을 때까지 쿠란을 읽을 생각이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쿠키영상]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고층 건물이 와르르.'이슬람 제1의 성지'에서 테러?

유재석 잡는 이명천 여사?

[쿠키영상] "목부터 축이고 먹으렴!"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