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당한 美기자 폴리 마지막 편지 “기도하면 가족 느껴져”

기사승인 2014-08-26 15: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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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수당한 美기자 폴리 마지막 편지 “기도하면 가족 느껴져”

수니파 근본주의 반군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당한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가 생전에 쓴 마지막 편지가 24일(현지시간) 공개됐다.

폴리는 IS가 편지를 모두 압수하자 석방되는 동료에게 자신의 편지를 외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에서 폴리는 “가족과 함께 한 좋은 기억이 감옥에서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가족이 강건하기를, 믿음을 잃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고 기도할 때는 어둠 속에서도 가족을 만지는 것처럼 느낀다”며 그리움을 털어놨다.

풀려나길 원하는 간절함도 편지에 담겼다. 폴리는 “동료가 석방될 때는 아주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당연히 나머지 억류자들도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면서 “서로 격려하고 힘을 나누려 애쓰고 있다”고 심정을 밝혔다.

편지 후반부에 형제자매의 이름을 거명하며 고마움을 표했고, 할머니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IS는 폴리를 참수하기 전에 가족 등에게 몸값으로 1억 유로(약 1352억원)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테러단체에 자국민이 인질로 붙잡힐 경우 유사사태 방지를 명분으로 몸값을 주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다음은 그와 함께 억류되어 있다 석방된 동료가 가족에게 전화로 전달한 편지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버지와 함께 쇼핑몰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와 긴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던 기억도 나고요.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어요.

가족과 친구들이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기도할 때면 여러분 모두가 느껴져요. 저 역시 가족과 친구들이 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잘 버틸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도할 때면 어둠 속에서도 여러분과 아주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18명의 포로와 한방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지내요. 우리는 영화, 퀴즈, 스포츠 등과 같은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감방에서 찾아낸 잡동사니로 만들어 체스, 체커, 리스크와 같은 게임도 해요. 토너먼트로 게임을 할 때는 전략을 짜기 위해 며칠 동안 궁리를 하기도 했답니다. 게임을 하거나 서로 무언가를 가르치다 보면 시간이 잘 가요. 우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자주 웃곤 해요.

마음이 약해지는 날도 반대로 강해지는 날도 있어요. 누군가 석방되면 아주 기쁘지만, 자유에 대한 갈망도 커집니다. 우리는 서로를 격려해 힘을 북돋워주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는 지금 전보다 잘 먹고 있어요. 차도 마실 수 있고 이따금 커피도 줍니다. 지난해 빠진 체중이 다시 회복된 것 같아요.

형제·자매들 생각이 많이 나요. 늑대인간 놀이를 비롯, 마이클과 함께 했던 많은 놀이들이 기억납니다. 부엌에서 매티를 쫓아다니던 일도 생각나네요. 그들을 생각하면 행복해집니다. 통장에 돈이 남아 있다면 마이클과 매튜에게 주고 싶어요. 나는 너희들과 마이클이 무척 자랑스럽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성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준 여러분 모두와 크리스티에게도 감사를 드려요.

덩치 큰 존, 독일의 네 집을 방문했을 때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환대해줘서 고마워.

할머니 약 꼭 챙겨 드세요. 산책과 댄스도 꾸준하게 하시구요. 집에 돌아가면 마가리타네 가게에 모시고 갈 생각이에요. 제 삶을 다시 회복하려면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하니 제가 돌아갈 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