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김수현 “‘해품달’ 이후 수익요? 아직 입금이 안돼서…하하”

기사승인 2012-03-31 13:13:00
- + 인쇄

[인터뷰] “지금의 시간이 소중한 것 같아요. 선을 긋지 않고 좀 더 넓은 시야로 많은 작품을 보고 싶습니다.”

차분한 선 굵은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여배우들이 기피하고 싶을 만한 작은 얼굴 크기를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앳된 외모가 중저음의 목소리와 만나며 묘한 이질감을 형성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수현(24)은 또래답지 않게 진중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매듭을 지은 듯 분명했다.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은 김수현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첫 사극 주연작이었고, 시청률 40%를 넘기는 인기작이었으며 무엇보다 이로 인해 3개월 사이 CF 계약을 15개나 성사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최근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올랐고, 그 인기는 수많은 CF 제의와 인터뷰 요청으로 실감을 하게 된다. 해가 지고서도 한참 스케쥴을 소화하는 그의 일상은 ‘바쁘다’는 말로 표현을 할 것이 못됐다.

수많은 CF 촬영과 수많은 인터뷰로 인해 눈꺼풀이 무거워보였지만, ‘요즘 가장 기억에 남는 CF 촬영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는 “한 광고만 이야기 하면 안 된다, 모든 광고가 다 기억에 남는다”라며 재치 있게 답했고 ‘수익의 변화가 꽤 클 것 같다’는 짓궂은 질문에는 “글쎄요, 아직 입금이 안돼서 하하”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와 ‘자이언트’ ‘아버지의 집’에 이어 ‘드림하이’로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왔던 김수현은 ‘해품달’에서 왕인 이훤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의 모습으로 때로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데뷔 이래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요즘 많이 바쁘겠다. 최근의 인기를 실감하나

실감보다는 아직은 어리둥절하다. 몸으로 직접 느낄 만한 건 많지 않았다. 일상에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어서 더 그렇다. 어쨌든 지금은 열심히 뛰고 있다.


- 큰 인기를 얻었구나 처음 실감했을 때는 언제였나

팬들이 촬영장에 찾아오는 횟수와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느꼈을 때다. 어머니 팬들이 많아져서 뿌듯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도 든다.


- ‘해품달’을 만난 건 본인 연기 생활에 가장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다. 제작 초기에는 캐스팅을 두고 말이 많았다. 파격적인 캐스팅이었는데

처음 도전하는 사극이었고 그 동안 맡았던 역할의 비중이 가장 큰 작품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소화할 수 있을까 도전하는 의미가 컸던 것 같다. 나로서는 굉장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 결과적으로는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게 돼서 다행이고 덕분에 기분이 좋지만 얻은 숙제도 많다.


- 지금 돌이켜보면 연기에 있어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대부분 장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가볍지 않은 신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가상의 왕을 연기하는데, 그 친구는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하고 날카롭고 부드럽고 다양한 색깔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계속 의심하게 되니까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 굳게 믿고 자신감을 가졌더라면 조금 더 수월했을 것 같다. 왕으로 모든 걸 다 가졌고 명령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정치하는 데 있어서는 대신과 기 싸움을 할 줄 알아야 하고 한수 두수 앞을 내다보면서 머리도 써야하는데, 왕으로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많이 필요했는 그러한 심리전에서 초반에는 밀렸던 것 같다.


- 역에 대한 부담이 커서 초반 촬영에는 어려움이 많았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많이 부족하구나 싶어 많이 좌절했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일어설 수 있게 선배들이 잘 잡아줬다. 제가 부족한 것은 많지만 방향을 잡아 놓으면 뒤에서 선배들이 있는 힘껏 밀어주는 기분이었다. 굉장히 감사드린다.



- 동료 연기자들 그리고 이훤이라는 캐릭터와 헤어지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지막신 촬영 후 펑펑 우는 영상이 화제가 됐었다.

‘쿨’하게 보내려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품고 있어봐야 가슴만 아플 것 같은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정은표 선배님은 같이 있는 신이 많다 보니 항상 다독여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연기 같이 하다보면 선배님한테 사랑받는 기분이었다.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의지했었던 것 같다.
친구도 얻었다. 정일우와 재림이 형도 만나게 됐고, 다 소중했다. 마지막 촬영이 동료 연기자들이 다 모인 마지막회 전쟁신이었는데 촬영 다 끝내고 나니까 굉장히 감사한 마음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혼자 복받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같이 울어주시니까 더 감동이었다.


- 최근 왕 역이 인기인 것 같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모든 것을 다 가진 왕이지만, 고민이 없거나 아픔, 슬픔이 없지는 않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행복하고 겉으로는 대단한 사람인데 그 안을 열어보면 굉장히 인간답고 오히려 나약하거나 마음이 약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인물을 그려낼 때 더욱 와닿는 것 같다.


- 촬영 들어가기 전 스트레스가 컸다고 들었다. 사극 첫 주연작이라 부담이 컸나.

그동안의 작품과는 달랐다. 배역을 맡게 될 때 먼저 목소리 톤부터 생각을 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연습하던 방식에서 실패했다. 이훤을 연기하기 위해 대사를 한마디를 뱉는 것이 어려웠고 무서워서 말을 떼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정말 촬영 전에는 길이 안보여 답답해 미칠 뻔했다.(웃음) 말을 못 뱉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 실망할까봐였다. ‘해품달’이 방영되고 내 아역인 여진구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갈피를 잡게 됐다. ‘창천항로’라는 만화책이 있는데 삼국지의 조조를 주인공으로 놓고 각색한 내용이다.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왕으로서 능력이 뛰어났다. 이훤과 겹치는 부분이 꽤 있어서 힘이 됐다.


- 아역배우의 인기가 많아서 부담이 컸을 것 같은데 오히려 도움을 받았다니 의외다. 여진구의 연기는 정말 뛰어났다.

아역배우들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여진구는 아직 나이가 어린데 굉장히 진심으로 연기하는 친구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한다. 내 아역을 진구가 연기하게 돼서 기뻤고 걱정을 덜게 됐다. 방송 시작을 보면서 굉장히 확신을 가질 만큼 힘을 많이 받았다.


- 한가인이 실제 6살 연상인데, 좀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이 차에 있어서는 ‘드림하이’ 함께 했던 수지도 6살 차이였다. 나이 차가 부담스럽지는 않았고 걱정은 없었는데 한가인과 첫 만남을 하고 나서 걱정이 되더라. 서로 낯을 엄청 가리는 스타일이더라. 첫 촬영에서 서로 한마디도 못해 어색함이 감돌았다. 감독님이 ‘앞으로 수많은 신이 있을텐데 어떡하냐’고 걱정했을 정도다.(웃음) 하지만 촬영장에서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쏟아지는 잠 등과 싸우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배우, 스태프들과 친해지게 된다. 함께 고생을 하다보니 어느 새 농담도 주고받고 있더라. 특별히 노력을 안한 것 같은데 다행이었다. 서로 껴안거나 하는 감정신, 러브신이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많이 웃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을 꼽는다면

월이 연우임을 알고 오열하는 신이다. 작품 후반부로 가니까 나도 모르게 지쳐 있어 감정이 약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형선(정은표)과 운(송재림)을 만났는데 눈빛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 모두들 이렇게 걱정을 해주시는데 내가 최선을 다해야겠다 싶었다. 감정이 끓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그 장면은 화면에 저만 나왔지만 다른 분들도 다같이 촬영을 했다. 정말 든든했다.



- 외아들인데, 집에서 부모님께서 많이 좋아하시겠다.

드라마 하는 내내 좋아하셨다. 사극이라서 더욱 재미있게 보신 것 같다. 다시 보기로 또 보시고 하신다.


- 연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나치게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부모님의 걱정이 컸다. 좀 더 활동적인 취미를 같기를 바라셨는데, 고등학생 때 2003년 뮤지컬 ‘그리스’와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을 하게 됐다. 돈을 받고 공연한 것이 아니라 발표회 같은 연극이었다. 연기를 처음 배워보는 거였는데 무대 위에 희열이랄까 알 수 없는 감동을 느껴서 내 길이라고 생각했다.


- 대학을 늦게 들어갔다. 이유가 있나

원래는 06학번인데 09학번으로 입학했다. 일부러 늦게 들어간 것은 아니라 사실 그 전에는 대학에서 다 떨어졌다. 10개 정도 썼던 거 같은데…. 당시 연기자로서 대표작으로 내세울 것이 없어서 떨어진 것 같다. (웃음)


- 콤플렉스가 있다면

영어에 약하다. 자신이 없다. 평소에 불편함은 잘 모르고 지내지만 공부해야할 것 같다.


- 작품 하나로 큰 인기를 얻고 난 후 오히려 더 기대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할 텐데. 앞으로 계획을 듣고 싶다.

차기작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 우선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스스로 느꼈던 연기 부분의 숙제라던가 좀더 필요한 부분들을 연마하고 열심히 수련해서 매력적인 역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 선 긋지 않고 좀 넓은 시야로 많은 작품을 많이 보고 싶다. 지금 시간이 소중한 것 같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