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①] 김정훈 “서울대 자퇴, 후회한 적 있다”

기사승인 2011-12-13 09:43:01
- + 인쇄
[쿠키人터뷰①] 김정훈 “서울대 자퇴, 후회한 적 있다”

[쿠키 연예] 가수 겸 연기자 김정훈이 변했다.

그가 변했다

지난 2000년 그룹 UN으로 데뷔한 그는 서울대 치대 출신 가수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주목받았다.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지적 능력은 대단했다. 각종 퀴즈쇼 1등을 휩쓴 것은 물론이고 ‘아는 것’은 주저하지 않고 알렸다. 이 때문에 ‘인간미 없다’ ‘겸손함이 부족하다’는 질투 섞인 미움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그는 달라졌다. 털털함과 솔직함, 겸손함까지 갖춘 ‘호감형 스타’로 거듭났다. 지난 9일 김정훈을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왔다는 그는 밝은 미소를 건네며 “요즘 살이 많이 쪄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좀 빠진 것 같아 보이나요?”라고 먼저 물었다.

살찐 이유를 묻자 “예전보다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전에는 자신을 가두고 힘들게 괴롭혔는데 요즘에는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라는 마음가짐으로 조금 더 편하게 살고 있다고. 그의 생각이 이렇게 바뀐 데에는 군대가 한몫했다.

“군대를 갔다 오면 사람이 바뀐다고 하잖아요. 저는 군대를 30대에 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대 후, 30대의 여유와 군대를 마친 여유가 동시에 오더라고요. 사람과 금전적 면에서 보다 여유로워진 저를 발견하게 됐고요. 요즘은 마음이 편해요. 한 가지 단점은 방송이나 인터뷰를 할 때도 맘이 편해서인지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경우가 있죠(웃음).”

“노력하니 되더라”

김정훈은 지난 2005년 그룹 UN이 해체한 후 2009년 입대 전까지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다. 일본어 실력도 상당하다. 그의 지인은 “일본어를 6개월간 몰입해서 공부하더니 현지인 수준으로 말을 하더라. 정말 놀랐다”고 전했다.

눈에 보일만한 성과도 냈다.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은 오리콘 차트 상위권 안에 들었고, 후지TV의 MC로도 활동한다. 데뷔 후 두 달 만에 1500명의 관객을 모으며 콘서트도 열었다.

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뤄내니 운도 상당히 좋아 보인다.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 김정훈은 지난 2006년 일본에서 데뷔앨범을 준비하며 남모를 고생과 노력을 다했다.

“가수로 데뷔할 때 한국에서도 하지 않았던 일을 일본에서 했습니다. 오사카나 후쿠오카 광장에서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스트레스에 불면증에 걸리기도 했고요. 다행히 그런 성실한 모습을 좋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노력하면 되는구나’ 생각했죠.”

노력해도 안 되는 것 3가지

노력하면 되는 것처럼, 노력한다고 다 되지 않는 게 동전의 양면 같은 또 다른 세상이치다. 김정훈에게 있어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주저 없이 3가지를 꼽았다. 랩과 춤, 패션 감각이란다. 특히 패션에는 관심이 없어 “옷 살 돈을 모아 술값을 낸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춤은 UN 때부터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매일 남들보다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했어요.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는 분도 안타까우셨는지 ‘이건 아니다’ 하시더라고요. 랩도 안 돼요. 랩이 갖는 느낌을 표현하는 게 어려워요. 흉내를 내긴 하지만 정말 어색하죠. 패션 감각은 또 어떻고요. 이건 아예 포기했어요. 스타일리스트 분이 입혀 주시는 대로 입습니다.”

돌아보면 후회, 그러나…

김정훈은 살면서 후회되는 몇 가지 사건이 있다고 고백했다.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시절부터 서울대 자퇴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상당히 엄격하셨어요. 제가 법조계에서 일하길 원하셔서 과학고에 진학하는 것을 반대하셨죠. 그런데 전 과학고에 정말 가고 싶었어요. 사실 가족도 아직 모르는 이야기인데, 당시 몰래 과학고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습니다.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죠(웃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그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관심이 컸고 성적 역시 국어 사회보다 월등히 잘 나왔다. 문과 대신 이과를 택했고 대학 진학 역시 자연과학부를 원했지만 주변의 권유로 치대에 진학했다.

“당시 자연과학부에 진학해서 공부했다면 연예인이 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연예인으로서 느끼는 기쁨도 있지만 학문을 통해 느끼는 기쁨이 솔직히 더 커요. 그 부분에서는 후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네요.”

서울대 치대를 그만두고 난 뒤 단 한 번의 후회도 없었을까. 그는 “물론 후회한 순간도 있었고 많이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잘한 결정이다”라고 확고하게 말했다.

“내 아들 아니라시던 아버지, 이제는 가장 큰 지원군”

“저와는 맞지 않았고 자신도 없었습니다. 현미경을 보면서 세포를 그리는 것도, 뼈 이름을 외우는 것도 흥미롭지 않았어요. 또 3번 결석하면 F라는 학교 규정도 있기에 연예 활동과 병행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교수님께 리포트로 대체할 방법이 없는지 물었는데, 교수님께서 ‘나중에 자네가 진료할 때 사람이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거야?’라고 하셨어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학교 자퇴 후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가족들의 반대가 매우 심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가수 데뷔 전부터 아버지는 반대가 심하셨어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하실 정도였죠. 그런데 학교까지 그만두겠다고 하니 상황이 정말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 친구 분들에게 제 자랑을 하시기도 하고 제게 있어 가장 큰 지원군이자, 친구, 팬이 되셨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