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예능 결산] ‘남격’ 웃고 ‘패떴’ 울고 ‘일밤’ 주름살 폈다!

기사승인 2010-06-26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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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일요일 예능 버라이어티는 ‘고진감래’에 성공했다. 지난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태와 지난 4월5일부터 40일 동안 진행된 MBC 파업 등 각종 사건사고로 무더기 결방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며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1일부터는 전 국민적 축제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난제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부지런히 ‘웃음꽃’을 피우며 시청자 곁을 지킨 일요일 예능 버라이어티. 2010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정리해봤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나…‘남자의 자격’ 인기 상승세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 일요일 예능 버라이어티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KBS의 ‘해피선데이’였다. ‘해피선데이’는 강호동을 필두로 전국을 누비며 일상의 ‘재미’를 건져 올리는 ‘1박2일’과 사나이로 태어났다면 한 번쯤 도전해봐야 하는 일들을 수행하는 미션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이하 ‘남자의 자격’)로 구성됐다.

그동안 ‘해피선데이’는 ‘1박2일’이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박2일’은 지난 3월7일 자체 최고 시청률 43.3%(TNmS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일요일 예능 버라이어티 최강자로 군림했다. 지난해 3월29일 첫 전파를 탄 ‘남자의 자격’은 ‘1박2일’ 인기에 편승해 보조를 맞추는 정도였으나 최근 들어 화제성이나 시청자 반응에서 열띤 응원을 얻고 있어 전세가 역전된 분위기다.

‘1박2일’이 주로 ‘재미’에 머물렀다면 ‘남자의 자격’은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1박2일’은 ‘여행’이라는 테마에 한정되는데 반해 ‘남자의 자격’은 다양한 포맷으로의 변경이 가능하고 어떤 소재든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그 가운데서 발생하는 허를 찌르는 반전은 큰 웃음으로 되돌아온다.

특히 ‘1박2일’은 야심 차게 준비했던 ‘남극 프로젝트’가 칠레 강진으로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멤버들의 하차와 부진도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3년 동안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김C가 음악 활동에 전념을 선언하며 팀을 떠났고, 소집해제 후 곧바로 복귀한 김종민은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하고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성경의 한 구절처럼 먼저 된 자(1박2일)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남자의 자격)가 먼저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안일한 태도로 임한 ‘패떴2’…한 자릿수 ‘굴욕’

유재석·이효리 ‘국민 남매’와 김종국·빅뱅의 대성 ‘실눈 브라더스’ 등 캐릭터 라인으로 재미를 보면서 ‘1박2일’과 엎치락뒤치락했던 SBS ‘패밀리가 떴다’. 1기 멤버 전원을 교체하고 김원희, 지상렬, 신봉선을 주축으로 예능에 도전한 탤런트 윤상현과 아이돌 그룹 택연(2PM), 조권(2AM), 윤아(소녀시대)를 합류시켜 2기를 창단했다.

지난 2월21일 첫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패떴1’의 인기를 이어받아 전국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기존 포맷을 그대로 답습하는 안일함과 불성실함에 시청자는 하나 둘 등을 돌리며 떠나갔다. 극약 처방으로 개그맨 장동민과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을 중간 투입했으나 시청률 상승효과는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번 휘청거린 시청률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더니 지난 13일에는 전국시청률 5.7%라는 굴욕적 성적표를 맛 봤고, 지난 20일에는 ‘2010 남아공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 ‘태극기 휘날리며’에 밀려 결방되는 수모를 겪었다. 내달 초에는 유재석의 차기 프로그램이자 야외액션 버라이어티인 ‘런닝맨’이 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패떴2’는 5개월 만에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일밤’ 뜨거운 형제들이 살리나?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이하 ‘일밤’)는 ‘우리 결혼했어요’와 ‘세바퀴’가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고 나서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우리아버지’ ‘에코하우스’ ‘헌터스’ ‘패러디 극장’ ‘오빠밴드’ ‘노다지’ ‘몸몸몸’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퀴즈프린스’ ‘MC생태보고서 대망’ 등 만드는 족족 문을 닫으면서 ‘폐지 사관학교’라는 오명을 얻었다.

제3세계 국가를 방문해 우물을 파는 감동 프로젝트 ‘단비’로 상승을 꾀했으나 감동은 감동일 뿐 시청률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를 긴급 수혈했다. 탁재훈, 박명수, 김구라, 박휘순, 한상진, 이기광(비스트), 싸이먼D(슈프림팀), 노유민을 멤버로 내세운 ‘뜨거운 형제들’을 만든 것이다.

현재 ‘뜨거운 형제들’은 프로그램 명 그대로 ‘뜨거운’ 기운이 감돌고 있다. 출연자가 자신이 설정한 멤버를 뒤에서 조정해 연인과의 만나는 ‘아바타 소개팅’으로 분위기 몰이에 성공했다. ‘폐지 프로그램’이라는 오명 속에 썰렁했던 시청자 게시판은 ‘뜨거운 형제들’로 인해 달아오르고 있다. 방송 6회 만에 게시판 의견수가 100페이지뷰를 넘어섰다.

‘뜨거운 형제들’의 인기 덕분에 ‘탁재훈의 입담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뜨거운 형제들이 일밤을 구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지난 20일 8.4%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입소문’이 흥행의 주요소로 떠오르고 있어 시청자의 호평이 ‘일밤’ 회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상반기 예능 결산] ‘남격’ 웃고 ‘패떴’ 울고 ‘일밤’ 주름살 폈다!


안심하고 절망하긴 이르다

‘1박2일’에 이어 ‘남자의 자격’으로 연타석 홈런을 치며 승승장구 중인 KBS, 5개월 만에 ‘패떴2’를 떠나보내고 ‘런닝맨’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는 SBS, 다시 한 번 황금기를 꿈꾸는 전력을 쏟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의 MBC.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반기 성적표다. 시청률 순위가 밥 먹듯 뒤바뀌는 상황에서 KBS는 현재의 성적만 가지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SBS는 낙담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를 타고 있는 MBC는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쪽보다 헐거워진 고삐를 바짝 잡아당겨야 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시때때로 취향이 바뀌는 시청자의 까다로운 입맛을 어느 프로그램이 ‘웃음의 진미’로 달래줄 수 있을 지 하반기 동향을 예의주시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