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검사외전’ ‘내부자들’…불신에 지친 관객, 영화를 신뢰하다

기사승인 2016-02-08 15: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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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 심리학] ‘검사외전’ ‘내부자들’…불신에 지친 관객, 영화를 신뢰하다

"최근 흥행에 성공했거나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는 ‘내부자들’ ‘베테랑’ ‘검사외전’이 대표적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그게 권력이든 재력이든 소위 ‘가진 자들’을 쓰러뜨리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이 영화들 속의 ‘가진 자들’은 가진 것으로 횡포를 부리는 ‘악’의 상징이다.

갑과 을의 대립구조는 우리 역사에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14년 12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통해 더욱 급속도로 퍼졌다. 세상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불만’을 영화가 대신해서 풀어주고 있기 때문에 ‘신뢰’를 얻고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다.

이 가설은 1978년에 사회심리학자인 멜빈 러너(Melvin Lerner)가 ‘공정한 세상 연구와 귀인 과정: 앞뒤를 보며(Just world research and the attribution process: Looking back and ahead)’ 논문을 통해 이론화 했다. 이 논문에선 사람들이 ‘세상은 공정하다’라고 보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증명했다.

멜빈 러너는 1965년에 이미 ‘복권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는 참가한 학생들에게 ‘너의 친구가 복권에 당첨됐다(a fellow student had won a cash prize in a lottery)’고 전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당첨된 친구가 ‘다른 친구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것(the student worked harder than another student who lost the lottery)’이라고 그가 얻은 것에 대해 ‘합리화’ 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공정한 세상 가설과 복권 실험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이 불공정한 상황에 대해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합리적 가설을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은 몽고식품 사건, 백화점 갑질 사건 등은 국민들에게 ‘불공정한 사회’라는 불안을 잇달아 심어줬고, 가상의 이야기로라도 이런 불안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영화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영화에 국민들은 ‘신뢰’를 주고 싶어하고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2005년에 미국 신경학자인 폴 자크(Paul Zak)는 ‘신뢰 게임(trust game)’을 통해 신뢰의 생물학적 기반이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게임은 안면이 없는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상에서 이뤄진다. ‘투자자’로 불리는 참가자가 ‘수탁자’에게 신뢰를 한다는 표시로 돈을 주면 수탁자는 실제로 금액의 3배를 받도록 했다. 예를 들면 투자자가 수탁자에게 3달러를 신뢰의 표시로 돈을 주면 수탁자는 그 3배인 9달러를 받게 되는 규칙이다. 이런 식으로 투자자에게 받은 신뢰가 높을수록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도 높아졌다.

실제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사고들은 악한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만 난무하고 힘없는 을의 입장의 국민들만 실패하고 당하는 모습만 존재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지내면 ‘불신’이 생긴다. 이러다보니 권선징악의 영화를 보며 신뢰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하는 것이 상상의 세계인 영화 밖에 없다는 것은 쓸쓸함을 넘어 또 다른 불안함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에게 판관 포청천과 같은 정치인과 법관 혹은 재계 인사들이 적다는 것이 문제이다. 영화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현실 세상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미국에서 심리학은 ‘Liberal arts and science’에 속한다. 우리 말로 하면 ‘인문과학’이고 실제로 졸업하면 학위는 BS(Bachelor of Science)이다. 즉 심리학은 ‘과학’의 한 범주이다. 심리학을 철학 중심으로 풀어내는 우리나라에선 심리학과가 문과 계통이지만, 실험 위주인 미국에선 ‘이공계’ 학과라는 것을 아는가. ‘내부자들’ ‘베테랑’ ‘검사외전’ 같은 영화들의 최근 성공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되는 셈이어서 흥미롭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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