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교’, 예능이에요? 다큐예요?

기사승인 2016-02-05 10: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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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학교’, 예능이에요? 다큐예요?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tvN 새 예능프로그램 ‘배우학교’는 예능일까, 다큐일까. 얼핏 보면 웃길 것 만 같은 상황이지만, 진심을 파고드는 박신양의 예리함은 우습지만은 않다.

4일 첫 방송된 tvN ‘배우학교’에서는 박신양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은 학생 7인 이원종, 장수원, 유병재, 남태현, 이진호, 박두식, 심희섭이 처음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각양각색 학생들이다. 배우, 개그맨, 가수, 방송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과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까지. 첫 만남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박신양의 등장에 분위기는 더 얼어붙었다.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박신양은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며 “물론 각오를 하고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이야기 한다”며 경고했다.

이후 그는 학생들에게 ‘왜 연기를 하고 싶은지’ ‘연기란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답변을 준비할 시간으로 3분을 주며 타이트하게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남태현이 용감하게 나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SBS ‘심야식당’에서 ‘발연기’ 논란으로 온갖 질타를 받아야 했던 남태현. 그는 허심탄회하게 당시의 속마음을 꺼내 놨다. “드라마 스태프 배우들 모두에게 미안했다. 나로 인해 작품이 심하게 욕을 먹어 굉장히 죄책감이 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남태현의 진심어린 눈물에도 스승 박신양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남한테 미안하지 않은 것이 본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가”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남태현을 당황시켰다.

이후 유병재가 두 번째로 나섰다. 그는 발표를 하면서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최민식이 스승이었으면”등 장난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박신양은 “내가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것 같나” “쇼가 아닌 수업을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평소 유쾌하고 재미있는 보습을 보였던 유병재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가슴 통증을 호소, 자기소개 시간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신양은 이원종의 연출된 행동 하나까지 예리 있게 관찰하며 마음 깊숙이 자리한 진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스승으로서 통찰력 있는 지적과 따뜻한 위로를 전하며 그렇게 12시간의 긴 자기소개 시간을 끝맺었다.

수업 시간 외 제자들의 대화에서는 유머가 묻어났고, 열악한 환경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모습에서는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이 분명했다. 그러나 박신양과 제자들이 연기를 대하는 태도는 웃음기가 싹 빠진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다. 그렇게 ‘배우학교’ 첫 회는 예능과 다큐의 경계에서 줄타기 하듯 모호한 정체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모호함을 더 선호했다. “재치 있는 자막과 편집이 재미를 더했다” “예능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는 건 처음” “나도 배우는 느낌”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배우학교’ 연출을 맡고 있는 백승룡 PD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능을 생각하고 기획했는데, 촬영을 하다보니 이게 예능인지, 다큐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겠더라. 1회를 보고 판단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백 PD의 말처럼 ‘배우학교’는 예능도 다큐도 아니었지만, 의외의 감동과 웃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배우학교’는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방송된다.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