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영화 ‘귀향’에 지금 필요한 건 ‘배급’이 아니었습니다

기사승인 2015-07-06 15: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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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영화 ‘귀향’에 지금 필요한 건 ‘배급’이 아니었습니다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내용만큼이나 고된 길을 걷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애환을 다룬 ‘귀향’입니다. 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영화가 또다시 발목이 잡혔습니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87)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로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숨진 소녀들의 ‘혼을 고향으로 불러온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태워지는 처녀들’은 강 할머니가 1943년 일본 순사들에게 붙들려 중국 지린의 위안소로 끌려간 뒤 전염병에 걸리자 일본군이 자신을 불태워 죽이려 했던 장면을 그린 그림입니다. 영화 ‘종기’ ‘두레소리’를 연출한 조정래(43) 감독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탄생과정부터 기구했습니다. 투자자가 없어 13년 동안 시나리오만 다듬어오던 조 감독이 국민 모금을 통해 약 6억원의 제작비를 마련한 끝에 촬영이 시작됐죠. 배우 캐스팅 또한 쉽지 않았는데요. 일본진출을 고려하던 한국 배우들의 출연 거절과 일본 배우들의 출연 고사는 이미 유명한 일화가 됐습니다.

이런 ‘귀향’이 오늘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들과의 만남만을 앞둔 영화가 이번엔 배급사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상업성이 없는 영화’라는 탓에 말이죠.

이 같은 보도에 네티즌들은 “대형 배급사들 정신 차리자” “기업들이 관심을 두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쪽에서는 ‘귀향’ 배급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귀향’의 배급에 차질이 생긴 건 맞습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배급보다 더 다급한 일이 있습니다. 편집, CG(Computer Graphic), 색 보정, 믹싱, 홍보, 마케팅 등의 영화 ‘후반 작업’이 남은 겁니다.

‘귀향’의 제작사 ‘제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6일 “‘귀향’은 현재 영화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후반 작업 중에 있다”며 “문제 제기된 배급보다 더 급한 불이 후반 작업”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전 세계인들이 위안부 문제를 함께 느끼고 고민할 수 있게 베를린 영화제 출품을 목적으로 상영 시기를 맞추고 있지만, 현재 후반 작업비가 많이 모자라는 상황에 부닥쳐 이런 계획도 불투명하다”며 “배급은 그 뒤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처음부터 할머니들이 원했던 것은 일본의 사죄”라며 “일본의 사과를 끌어내려면 국제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 그래서 해외배급도 여러 곳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후반 작업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어야만 배급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죠. 제작, 캐스팅, 배급 어느 것 하나 평탄한 일이 없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귀향’을 향한 대중의 응원이 필요할 때입니다.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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