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김수현 같은 후배, 현실이라면 짜증 유발자?…현직 PD들 “정말 답답”

기사승인 2015-06-12 16: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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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김수현 같은 후배, 현실이라면 짜증 유발자?…현직 PD들 “정말 답답”

[쿠키뉴스=이다겸 기자] KBS2 금토드라마 ‘프로듀사’가 연일 화제를 낳으면서 방송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극중 신입PD 백승찬으로 분한 ‘대세남’ 김수현은 어리바리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연하남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여자랑 사진 찍을 때는 남자가 얼굴 좀 앞으로 내밀어 주고 그런 게 매너예요”라는 신디(아이유 분)의 타박에 탁예진(공효진 분)과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한참 앞으로 내미는 백승찬의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을 ‘심쿵’하게 한다.

또 탁예진과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는 이승기를 질투해 출연자 대기실 앞에 붙어있는 ‘이승기 님’이라는 글자에서 ‘님’자를 지우며 소심한 복수를 하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좋은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승찬은 선배PD와 톱가수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에서 눈치 없이 톱가수의 편을 든다. 테이프를 재활용해야하니 내용을 지워오라는 선배의 지시에는 수정액으로 테이프 겉면의 이름을 지우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예능국에서 일하는 막내들이 보는 ‘프로듀사’는 현실과 얼마나 비슷할까. 예능국 8개월 차 남자 조연출 A씨와 6개월 차 여자 조연출 B씨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사람은 첫 질문부터 약속한 듯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김수현 같은 후배가 들어온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이었다.


A씨는 “잘생기고 이런 걸 떠나서 눈치가 너무 없다. 할 일도 많은데 그런 후배가 들어오면 정말 답답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도 “외모는 훌륭하지만 방송국에서는 빠릿빠릿하게 일 잘하는 사람이 최고다. 바보 같은 행동을 자주해서 좋게 만은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예능국에 백승찬이나 탁예진 같이 훈훈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는 “입사할 때 훈남 느낌을 내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얼마 안가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 가뭄에 콩 나듯 패셔너블한 분들이 있기는 하다”고 답했다.


예능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인 ‘프로듀사’는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까. 두 사람에게 ‘프로듀사’에서 가장 공감되는 점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점심밥이다. 밥이 제일 중요하다”고 입을 열었다.


“하루 일과 중 제일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선배들 밥을 챙기는 것이다. 방송날짜가 다가오면 선배들은 하루 종일 편집실에 있는다. 그렇기 때문에 밥 때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메뉴 선정에 공을 들인다. 방송국에서 사랑받는 막내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맛있는 음식점에서 선배들의 식성에 맞는 메뉴를 사오는 것이다.”

B씨는 “‘프로듀사’에서 공효진이 뮤직뱅크 PD로 나오는데 나도 음악방송에서 일을 했었다. 위에 선배들은 그런 게 없지만 막내들은 간혹 출연가수의 비위를 맞춰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장면이 공감됐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비현실적인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두 사람 모두 ‘마이크 채우는 장면’을 꼽았다.

A씨는 “출연자에게 마이크를 채우는 일은 원래 조연출이 아니라 오디오팀이 하는 일이다. 누가 출연자를 껴안고 마이크를 채워주나. 그러다가 뺨 맞겠다”며 웃어 보였다. B씨도 “그 장면은 드라마라서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프로듀사’ 톱가수 신디는 신입 PD 백승찬을 짝사랑한다. 또 백승찬은 탁예진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연예인과 신입 PD의 사랑, 연출과 조연출의 썸은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경력이 많은 PD가 아닌 막내라인에서는
연기자들과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막내들은 촬영 중에도 백업이나 선배들의 심부름 등 잡일로 정신이 없다. 회식이 있더라도 보통 막내는 연기자들과 멀리 떨어져 앉게 된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PD끼리의 만남은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모르게 숨어있는 커플들이 많을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예능국 막내들이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식사 준비, 촬영 준비, 배차와 같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료 찾기, 싱크 맞추기, 예고편 만들기, 진행비 정산까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쉬는 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쉬는데 촬영이나 편집 기간에는 그마저도 어렵다. 출근은 보통 11시나 12시 정도에 하고 퇴근은 거의 새벽 3,4시다. 출·퇴근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회사에서 자는 경우도 많다. 쉬는 날에는 거의 잠만 자는 것 같다. 밀린 빨래랑 청소하고 나서 자고, 자고, 잔다.”

쉬는 날도 없이 바쁘게 사는 데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갈 때의 뿌듯함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란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면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다 잊혀 진다. 또 방송국에는 ‘프로듀사’ 탁예진PD 같은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여리고 무심한 듯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분들 말이다. 물론 아닌 분들도 간혹 있지만. 하하. 그래서 힘들어도 이 일을 하는 것 같다.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plkplk123@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