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조승우 VS 갤러리… 조승우는 정말로 팬들을 차별했을까

기사승인 2015-05-06 15:57:55
- + 인쇄
[새우젓의 시선] 조승우 VS 갤러리… 조승우는 정말로 팬들을 차별했을까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단관, 욕, 까페, 신생팬…. 배우 조승우의 팬덤에서 불거진 ‘갤 논란’이 길어지고 있다. 조승우가 지난 3일 광주 공연 이후 퇴근길에서 디시인사이드 ‘조승우 갤러리’ 팬들을 향해 “갤(갤러리)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이는 ‘팬 차별 논란’으로 비화되며 조승우 팬들 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 팬덤까지 주목하는 일이 됐다. 조승우 팬들만 마음이 복잡한 것은 아니다. 왜일까.

▲ ‘갤러리’ 새롭게 자리 잡은 21세기 팬 문화 VS 기존 팬 문화

현 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라는 곳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설립된 웹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당초에는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였으나 다양한 이용자들이 몰리며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관심 있는 이용자들끼리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게시판 위주의 커뮤니티로 변모했다.

2004년 배우 문근영 갤러리를 시작으로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연예인 관련 갤러리들은 일명 ‘갤주’(갤러리 주인)라고 불리는 해당 연예인들이 들러 인증 글 등을 남기거나 갤러리에 모인 ‘갤러’(갤러리 이용자)들과 소통함으로서 일종의 팬클럽적인 성격까지 띠었다. 기존 팬클럽들의 경우 복잡한 가입 절차, 가입비 등으로 커뮤니티 유입이 까다롭지만 갤러리의 경우 익명인데다가 가입이 필요 없어 게시판 위주의 활동을 원하는 팬들에게는 새로운 창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웹 사이트 특성상 거침없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해당 연예인 팬클럽이 아닌, 해당 연예인을 주제로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는 게시판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팬들 위주로 모였지만 팬이 아닌 사람들도 얼마든지 글을 쓸 수 있다. 연예인에 관련된 욕, 무차별적인 비난까지 모두 볼 수 있다는 소리다. 익명이 방침이다 보니 게시판은 이용자들 스스로의 윤리의식에 의존해 운영됐다. 팬들도 거친 표현을 쓰긴 마찬가지다. 애정이 담긴 말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들이 ‘갤러리’에선 주가 된다. “꽃으로도 때리지 못할 내 스타를 욕하다니!” 기존 팬클럽 입장에서 보면 갤러리는 눈엣가시인 셈이지만 디시인사이드 운영자가 아닌 이상 제재할 방법이 없기에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다.

▲ “갤 하지 마세요. 그거 왜 해요?” VS “갤러는 팬 아니냐”

조승우는 해당 영상에서 갤러리 이용자들을 가려낸 뒤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후 자신의 팬카페 에는 자필 편지로 해당 일에 대해 사과하는 한편 “갤에 대한 내 마음은 변치 않는다”며 암묵적으로 갤러리 이용자는 팬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갤러리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만도 하다. 조승우 갤러리에도 팬들이 모여 있지만 갤러리는 팬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태도에 차별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 동안 조승우의 공연에서 단관 이벤트는 암묵적으로 팬카페 회원만 가능했던 점, 최근 조승우의 팬이 된 사람들은 해당 팬카페 가입이 어렵다는 점을 들며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선에서 보자면 조승우의 입장이 훨씬 납득 가능하다. 연예인이지만 사람인지라 아무리 팬클럽 성격을 띠었다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친 언사와 비속어로 표현하는 갤러리가 달가울 리 없다. 소속사에 귀속된 연예인의 특성상 연예인뿐만 아니라 연예인의 주변인, 회사 사람들, 심지어 가족까지 수시로 언급된다. 좋은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승우는 “그간 이 곳에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며 “내 앞에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이 곳(갤)에서는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고 갤러리 문화를 꼬집었다.

▲ 결국은 감정 문제…. 논점이 다르다

양측의 입장은 명확하지만 논점이 다르다. 갤러리는 “우리도 팬인데 차별받고 있다” “그간 단관 문제 등으로 차별받은 것도 서러운데 스타조차 우리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승우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응원한다면 그것은 팬이 아니다”라는 입장.

결국은 감정싸움이다. 논점이 다른 만큼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가리기 어렵다. 다만 조승우의 편을 드는 여론이 좀 더 우세하다. 조승우의 이름으로 모인 사람들이니만큼 조승우가 원하는 방식을 따라 주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은 모양새라는 것. 조승우의 한 팬은 “각자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 주고 싶은 것이 팬의 자세 아닌가”라며 “그 사람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승우 갤러리 이용자 측 또한 이런 조승우의 마음을 존중하는 모양새다. 갤러리 측은 6일 “출입 장벽이 없고, 대부분 익명으로 활동하며, 반말로 소통하는 문화 코드를 갖고 있기에 안티팬이나, ‘어그로’와 같은 방해꾼, 지나친 비방이나 인신공격, 욕설이 나오는 곳”이라며 “특히 이번 일련의 사태 중 조승우 갤러리에서도 최근 이틀간 지나치게 과열된 틈을 타 이러한 욕설과 비방이 있었던 점은 인정하며 그동안 자체정화를 통해 더 많이 걸러내지 못한 부분 모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조승우 배우 개인에 대해서도 그간 조승우 갤러리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익살이나 해학이라고 생각됐던 여러 표현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여진 것을 알게 된 이상 이 시점에서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이틀간의 사태에서 조승우 갤러리 이용자들이 받았을 실망과 상처 이상으로 배우 본인도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되어 안타깝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