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위험한 상견례2’ 주연들은 심각한데 영화는 웃기다?

기사승인 2015-04-24 1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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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로미오와 줄리엣’의 코믹 버전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물론 무게감은 비교가 안 된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2’는 비극이 아닌 희극이다. 사랑을 이뤄내려는 두 주인공 철수(홍종현)·영희(진세연)는 애가 타는데, 이상하게도 보는 이들은 자꾸 웃음이 터진다.

영화는 ‘위험한 상견례’(260만·2011) 흥행 이후 만들어진 속편이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다룬 전편에 비해 설정부터 한층 극적이다. 뼈대 있는 경찰 집안 딸과 100% 범죄 성공률을 자랑하는 도둑 집안 아들이 사랑에 빠진다. 양가에서 순순히 허락할 리는 만무하다. “경찰이 되면 결혼 시켜주겠다”는 영희 아버지 만춘(김응수)의 ‘농담 반 진담 반’ 약속 하나만 믿고 철수는 7년간 경찰 시험에 매달린다.

피로에 찌든 고시생의 모습을 표현하려 한 홍종현의 노력이 엿보인다. 고시촌에서 지내는 내내 상하의 세트로 맞춘 촌스러운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고수한다. 머리 손질은커녕 입가가 거뭇할 정도로 수염도 길러봤다. 쓰레기 더미에 뒹굴어 온통 쓰레기를 뒤집어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캐릭터 자체는 그리 코믹하지 않지만 상황에서 나오는 재미를 살리려 애를 쓴 것이다.


진세연은 이 영화에서 가장 덜 웃긴 인물이다. 첫 코믹 연기 도전이라 하기에도 사실 애매하다. 그러나 “코미디 영화라도 모든 캐릭터가 다 웃길 순 없다”는 게 김진영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진세연의 코믹 연기를) 자제 시킨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였다면 적중했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현실과 가깝게 그려졌다.

진세연은 영화에 웃음보다는 상큼함을 넣었다. 초반 홍종현에게 애교를 부리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20대 초반 커플의 푸릇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순간순간 코미디와 로맨틱 코미디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를 놓치지 않고 조연배우들이 등장한다. 기막힌 타이밍에 깨알 같은 재미를 안긴다. 이 영화의 코믹적 요소들은 거의 이들의 몫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영희가 결혼을 반대하는 만춘과 갈등을 빚을 때 두 언니 영미(박은혜)·영숙(김도연)가 살을 더한다. 특히 철수의 부모 달식(신정근)·강자(전수경)가 웃음의 핵이다. 개와의 대화가 가능한 달식과 감쪽같은 변장술을 자랑하는 강자가 예상 밖 폭소를 자아낸다. 경우에 따라선 억지스럽거나 유치하게 비쳐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쿡리뷰] ‘위험한 상견례2’ 주연들은 심각한데 영화는 웃기다?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응수는 “웃으시라고 만든 영화”라며 “그냥 (재밌게 보고) 웃으시면 된다”고 전했다. 박은혜는 “요즘 (사회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데 영화를 보시면서 스트레스를 잊으시면 좋겠다”는 말을 보탰다.

상영시간 120분이 좀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끝으로 팁을 살짝 남긴다. 말장난에 일가견이 있는 관객이라면 김 감독이 특히 공 들인 언어유희에 집중해 보면 좋겠다. 참, 대통령이 깜짝 등장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는 29일 개봉.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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