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준호 “‘스물’ 같은 영화, 다신 없을 것 같아요”

기사승인 2015-03-29 2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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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연기돌’보다 ‘신인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것 같다. 아이돌 그룹 투피엠(2PM) 멤버 이준호(25)는 노래와 춤에만 소질이 있는 게 아니었다. 첫 스크린 도전작 ‘감시자들’(2013)에서 조짐을 보이긴 했다. 처음 주연한 영화 ‘스물’에선 배우로서 한층 무르익은 모습이었다.

‘스물’은 스무살 동갑내기 세 친구 치호(김우빈)·동우(이준호)·경재(강하늘)의 좌충우돌 우정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극중 이준호는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는 동우를 연기했다. 학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재수를 선택한 동우는 매일 아르바이트에 치여 산다. 일하랴 입시준비하랴, 피곤에 찌든 그는 이 시대 아픈 청춘들을 대변한다.

그런 동우 모습은 이준호가 이 영화 출연을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준호는 “일단 동우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서 좋았다”며 “관객들로 하여금 나와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설정이 설정이다 보니 동우는 자연히 치호·경재에 비해 코믹한 요소가 덜하다. 그러나 후반부 강력한 ‘한 방’이 있다. 그가 2:8 회사원 머리로 등장할 때 상영관은 웃음바다가 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마주하자 여지없이 ‘2:8 동우’가 아른 거렸다. “그 장면 정말 재밌었다”는 칭찬을 건네자 이준호는 “다행이네요. 저도 (그거 보고) 웃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으로 무대에 서는 게 익숙한 그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대사를 소화해야하는 코믹 연기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질문에 이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부담보다는 확실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컸다”고 답했다. 실제 동갑내기인 김우빈·강하늘과 함께한 촬영현장이 너무 즐거울 뿐이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말 좋은 친구들을 얻었어요. (강)하늘이랑 (김)우빈이랑 마음이 되게 잘 맞았어요. 촬영 하나하나 할 때마다 서로 의견을 내서 만들어나갔어요. 너무 많이 웃어서 NG도 많이 났고요. 그래서 촬영할 때 그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영화 잘 나오겠다’ 생각을 했죠.”

앞서 이병헌 감독과 인터뷰를 했을 때 “세 배우가 하도 친해져서 촬영장에 놀러오는 느낌이었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얘기를 꺼내자 이준호는 “일을 제대로 안했다는 소리이신가”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확실히 감독님이 그런 빌미를 제공해주셨다”며 “촬영장에서 우릴 정말 편하게 뛰놀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감독님이 그런 것에 대해 되게 많이 풀어놔주셨죠. 연기를 할 때도 감독님이 원하는 걸 던져주시면 우리가 그걸 잘 갖고 노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진짜로 놀러가는 기분이었죠. 편하게 친구들 보러가는 기분도 있었고요. 동네 형이랑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단편영화 찍은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웃음).”


시작부터 반가웠던 영화다. 전작 ‘감시자들’ ‘협녀: 칼의 기억’에서 연달아 다소 무거운 역할을 맡았기에 그랬다. ‘힘이 빠진 생활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때마침 들어온 작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스물’은 그에게 소중한 작품으로 남았다. 이준호는 “나에게 있어서 앞으로 이런 영화가 있을까 모르겠다”며 애틋해 했다. “드물 것 같아요. 아니,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3~4개월 간 진행된 촬영은 녹록치 않았다. 기간 내내 투피엠 활동 스케줄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해외 투어 공연이 연달아 예정돼 있었다. 투피엠 정규 4집 ‘미친 거 아니야’ 활동과도 겹쳤다. 이준호는 “잠을 못 자긴 했지만 어쨌든 제가 하기로 한 거니 어느 것 하나에라도 지장을 줘선 안됐다”며 “그래서 최대한 지치거나 피곤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얘기했다.

의지를 불태웠으나 체력적 한계는 어쩔 수가 없었다. 이준호는 “4일 동안 잠을 한 시간도 못 잔 적이 있는데 그 때가 제일 힘들었다”며 “그땐 정말 체력적으로 한계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그런데 다소 의아한 말이 이어졌다. 그런 극도의 피로함이 ‘잘 된 일인가’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동우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피로가 묻어나는 캐릭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제 피곤함을 캐릭터 안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열정이 아니었다.

가수로 데뷔하긴 했으나 이준호는 원래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것도 그래서였다. 고교 시절 연극부원으로 활동하면서 전국·시·도 단위로 치러지는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서바이벌’(2006)에 출연하면서 가수로 방향이 틀어졌다. 여기서 1위를 차지한 이준호는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이준호는 연기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대학에서도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 스케줄이 없을 땐 최대한 학교에 나가려 애썼다. 우연히 찾아온 영화 오디션 기회로 그는 다시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투피엠으로 바쁘게 활동하다 2년 전쯤 오디션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다른 신인배우들 보는 것처럼 똑같이 오디션을 봤어요. 자유연기, 지정연기 뭐 이것저것 다 준비해갔죠.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한 번 더 보자고 말씀하셔서 세 번째 오디션까지 갔어요. 그렇게 캐스팅이 된 게 ‘감시자들’이었어요.”

어느덧 데뷔 8년차 가수가 된 이준호는 요즘 “다시 신인의 삶을 사는 느낌”이라고 했다. 배우로서는 모든 게 처음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어느 정도 (연예계) 생리를 알면서도 배우 쪽은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긴다”며 “더 공부하고 도전해보고 싶은 타이밍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가능할까?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 해요. 태생이 투피엠이니 가수 활동을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고, 그 이외 활동을 할 때는 거기에 확실히 중심을 더 두고요. 만약 동시에 하게 된다면 그땐 더 정신을 차려야겠죠. 일단 못 쉰다고 생각하고(웃음). 시간을 좀 더 할애해서 양쪽에 똑같이 투자해야 할 것 같아요.”

[쿠키人터뷰] 이준호 “‘스물’ 같은 영화, 다신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가 최우선으로 꼽은 건 자기관리였다. 몸이 아프거나 지쳐 뻗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준호는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서 항상 몸 상태에 예민하다”며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항상 그를 걱정하는 팬들에겐 듣던 중 반가운 얘기가 아닐까. 여러 분야에 도전하면서도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그의 목표는 더 반갑게 들린다.

“항상 하는 말인데요. 가수로서는 진짜 ‘믿고 듣는 가수’가 되고 싶고, 배우로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최고의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신뢰가 쌓인다는 얘기니까요.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kwonny@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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