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방송결산 ①] 예능 키워드 ‘외국인 ★’… 외국인 예능의 명암

기사승인 2014-12-20 12: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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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방송가를 접수한 이들이 있다. 다른 피부색, 머리색, 눈동자 색을 가진 외국인이다. 유창한 한국말로 시청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들은 주로 패널이나 게스트로 출연해왔으나 이제는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섰다.

MBC ‘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을 시작으로 JTBC ‘비정상회담’이 외국인 예능에 불을 지폈다. 이후 외국인을 앞세운 예능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제작되며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외국인 예능이 확실한 ‘대세’로 자리매김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4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외국인 스타들과 이들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외국인 예능의 빛과 그림자를 짚어봤다.



◇2014년 ‘빵’ 뜬 외국인 스타들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를 잇는 외국인 연예인 3호로 호주 출신 샘 해밍턴이 있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 ‘구명 병사’라 불리며 프로그램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체력은 따라주지 않지만 진짜 군인 못지않은 책임감과 열정을 보여줬다. 특히 ‘군대 먹방’을 맛깔나게 보여주며 군대 생활에 완벽 적응했다.

샘 해밍턴에 이어 슈퍼주니어M 멤버 헨리도 ‘진짜 사나이’에서 맹활약했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자유분방한 멘탈로 군대문화에 묘하게 스며들면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프랑스 출신 파비앙도 있다. 그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싱글 라이프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이고 감기에 걸렸을 때 한의원에가 침을 맞거나 매주 조기축구회에 나가 한국인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외국인이라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비정상회담’의 가나 대표 샘 오취리는 특유의 솔직한 어법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매력으로 인기를 얻었다. “아닌데에~?”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모델 활동, 광고와 영화에 출연하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스타 중 가장 ‘핫’하다고 말할 수 있는 MIB 강남은 고정 프로그램만 4개다.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시작으로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통장 잔고를 공개하며 은행 직원에게 “제 인생 어떡하죠?”를 묻는 그의 엉뚱함에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이후 MBC ‘헬로 이방인’, JTBC ‘속사정쌀롱’에 합류하며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외국인 예능 범람… 효과는 영~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로 양념 역할을 하던 외국인 스타들이 이제는 달라졌다. JTBC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패널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앞세웠다. 외국인 예능에 불을 지피며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을 앞지르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과 세계 각국의 문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9월 15일 방송된 ‘비정상회담’ 11회는 6.8%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냈다.

기존 예능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외국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외국인 예능은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JTBC가 ‘비정상회담’으로 뜨자 지상파도 뒤늦게 외국인 예능에 뛰어들었다. 외국인 예능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다른 출연자와 콘셉트를 내세웠다.

MBC에서는 ‘헬로 이방인’을 정규 편성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게스트하우스에 모여 하룻밤을 보내는 내용이다. KBS 1TV는 외국인의 고민을 담은 ‘이웃집 찰스’(가제)라는 이름으로 정규 편성한다.

이 외에도 SBS ‘스타 주니어 쇼 붕어빵’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초대한 ‘글로벌 붕어빵’으로 교체했다. MBC ‘세바퀴’ ‘아빠 어디가’도 외국인 게스트들을 초대하며 대세에 따랐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하다. 지난 11일 방송된 ‘헬로 이방인’은 전국 기준 2.3%를 기록했다. 2%대의 시청률에서 정체하며 동시간대 종편 예능프로그램에도 밀리는 실정이다.

외국인 예능이 포화를 이루다보니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초반에 가졌던 외국인 예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식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들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비정상회담’의 에네스 카야는 ‘터키 유생’이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었다. 하지만 그는 유부남임을 숨기고 총각행세를 한 증거가 드러났다. 약 10여명의 여성들이 피해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에네스 카야는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방송 활동을 중단했지만 ‘비정상회담’에 오점을 남겼다.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