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송혜교 “갈기갈기 찢겠다 왕자웨이 감독 말이 약 됐다”

기사승인 2014-08-27 17: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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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언론시사회 이후 줄곧 세금탈루를 사과했다. 수십 개의 영화 관련 인터뷰 중 사과가 빠진 인터뷰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미 영화 기사보다 송혜교의 사과가 더 많이 보도됐지만 맞을 매는 맞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무엇을 물어보기도 전에 “모든 것이 내 불찰로 시작된 일이라 모두 다 내 책임이다”라는 송혜교를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차분했다.

◇ ‘두근두근 내 인생’ 엄마가 된 송혜교? 미스캐스팅 아냐?

송혜교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조로증 환아를 키우는 30대의 엄마 ‘미라’를 맡았다. 미라가 17세에 꿈을 포기하고 낳은 아이 아름이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늙어간다. 엄마 송혜교는 얼핏 상상되지 않지만 작품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라는 16세의 나이에 80세의 몸을 가진 아들 아름이와 모자(母子)라기보다는 친구 같은 사이다.

“미라는 보통 생각하는 모성애 가득한 엄마가 아니에요. 너무 빨리 성숙한 아들을 통해 어렸던 부모가 성장하는 그림에 가깝죠. 물론 저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송혜교가 엄마라고?’ 라는 생각 말이에요.”

선입견 외에도 베스트셀러인 원작이 있기에 부담이 컸다. 캐스팅 당시부터 송혜교·강동원은 미스캐스팅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원작에서 서민적으로 사는 미라와 대수를 연기하기에 두 사람의 얼굴은 너무나 ‘귀티’가 난다는 것이다. 송혜교는 이재용 감독을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의 정신적 지주로 꼽았다.

“결국 연기를 비롯한 모든 판단을 감독님께 다 맡겼어요. 사실 감독님도 저희를 캐스팅하고 많이 고민하셨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지만요. 그렇지만 영화잖아요.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미라는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연예인 지망생이에요. 그런 미라가 첫눈에 반한 대수도 잘 생긴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출발한 후에 감독님이 헤어, 메이크업, 소품까지 직접 지휘하셨어요. 원작의 줄기를 따라가면서 새로운 맛도 있는, 이 감독님만의 대수와 미라가 탄생했죠.”



◇ 미라와 송혜교, 다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두 사람

미라는 17세의 나이에 임신하며 또래들이 누리는 평범한 청춘을 포기한다. 송혜교도 실제로 어린 나이에 데뷔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송혜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실제의 송혜교는 미라보다 많이 누렸어요. 20대 때도 내가 미라보다 많이 즐겼고요. 20대엔 일이 있고, 친구도 많고, 연애도 충분히 했어요. 다만 누리지 못했던 건 고등학생 시절에 방송 활동을 하는 바람에 그 나이에 맞는 친구들과의 학교생활 정도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미라에게 생긴 일이 지금의 저에게 닥친다고 해도 아마 저는 미라만큼 훌륭하게 해낼 수 없을 거예요.”

촬영하며 송혜교가 가장 많이 마음 아파했던 부분은 초반 나오는 미라의 인터뷰다. “차라리 아빠가 먼저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미라의 대사에는 보통 사람은 짐작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어린 나이에 아이의 아빠가 돼 운동을 포기한 대수가 아르바이트 중 운동 후 고기를 먹는 학생들의 연탄불을 갈아주고, 그 친구들을 부럽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아, 대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니까 자식을 위해 저렇게 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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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중반에 접어든 송혜교. 지금

송혜교는 올해 초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촬영하기까지 4년 동안 중국에서 활동했다.
국내에서는 공백기로 비춰질 정도였다. 그 동안 송혜교는 왕자웨이, 우위썬 등 중국 감독들과 여러 작품을 찍었다. 왜 중국에 갔을까.

“제가 쉬고 있을 때 왕자웨이 감독님이 작품을 제의했어요. 비중이 큰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아무리 짧아도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저를 각인시켜 주겠다는 말씀을 하셨죠. 그 말씀이 계기가 됐지만 사실 놀고 있으면 뭐하나 싶은 생각도 컸어요. 하하.”

그것이 4년의 활동으로 이어질 줄은 송혜교도 몰랐다. 왕자웨이 감독은 송혜교에게 “여태까지의 네 이미지를 갈기갈기 찢어 다시 조립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큰 스트레스였지만 결과적으로 신나고 행복하게 연기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어요. 20대에는 연기할 때 저만 생각했어요.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주위를 바라볼 여유가 없었죠. 이제는 연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현장이 즐겁다는 이야기를 전에는 이해 못했는데 이젠 집보다 편할 때도 있어요. 덕분에 결혼 생각이 사라질 정도에요. 20대 때는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일 욕심이 많이 생겨요. 몇 작품이라도 더 하고 나서 결혼을 생각하고 싶어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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