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비스트, 6년차 아이돌의 매너리즘 극복기

기사승인 2014-07-21 16: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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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人터뷰] 비스트, 6년차 아이돌의 매너리즘 극복기

MTV ‘빅뱅 다큐멘터리’(2006)와 Mnet ‘열혈남아’(2008)가 있었다. 두 다큐에서 나온 그룹들에 대한 관심은 차치하고라도, 장현승 윤두준이라는 이름은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눈이 다 가려지는 머리를 하고 열심히 춤추던 앳된 얼굴과 뜨거운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던 남자아이는 MTV ‘비스트 다큐’(2009)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솔로 가수였던 이기광(AJ)의 일본 쇼케이스 뒤에서 춤추던 용준형과 양요섭, 그리고 막내 손동운까지. 그들이 비스트라는 이름으로 데뷔한지도 어느덧 6년차다.

연차가 쌓인다고 모든 것에 능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청담동 큐브 까페에서 만난 비스트는 아직도 기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듯 마주앉아서도 쑥쓰러워했다. 데뷔 초 느낌 그대로다. 13일 SBS ‘인기가요’를 끝으로 ‘굿럭’ 활동을 마무리하며 비스트는 10개가 넘는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흔히 비스트의 ‘리즈 시절’이라고 일컬어지는 ‘픽션’ 활동 당시에도 이 정도로 많은 트로피를 가지고 가지는 못했다. 다시 돌아온 전성기다.

6년차 아이돌이라지만 현승은 방송 데뷔로만 치면 9년차다.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더 솔직하다. 사람들의 눈앞에서 탈락을 겪었고, 열심히 노력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섀도우’ 활동을 묻기가 거북했다. 하지만 현승은 “지난번 타이틀곡 ‘섀도우’는 우리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고 먼저 털어놨다. “확실히 안 좋은 일이 있어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도 저번과 비슷한 성적이면 큰일 나겠구나 싶었죠. 멈춰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데뷔 당시에는 평범한 아이돌 그룹 멤버의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어느새 비스트의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용준형은 이번 앨범을 두고 “멤버들과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던 앨범”이라고 했다. 혼자 만든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용준형은 섀도우 직후의 비스트를 “데뷔 초반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어느새 조금씩 없어지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매너리즘이 계속된다면 다음 앨범은 섀도우보다 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다. 사양길을 걷는 그룹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을 것이다. 비스트 멤버들이 앨범을 내기로 하고 가장 먼저 한 이야기는 “무대에서 숨이 멎을 때까지 춤을 춰 보자”였다. 타협은 없었다.

매력이 넘치는 그룹인만큼 멤버 각각의 개인활동이 많았고, 모이는 시간도 적었다. 용준형은 “시간이 촉박하니 그룹 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매너리즘에 빠진 듯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안무가 있는 곡은 일정상 하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안무의 퀄리티가 점점 낮아지는 타협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비스트는 새 앨범을 위해 개인활동을 줄이기 시작했다. 개인보다는 그룹이었다.

“저희는 아직 젊고 배고픈 그룹입니다. 6년차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활동한 햇수는 꽉 채워 4년이죠. 할 것도 많고 보여드리지 않은 것도 많은 그룹이에요. 우리를 오래된 시선으로 봐 주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