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의 톱스타,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기사승인 2014-02-18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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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의 톱스타, 오다기리 조를 만나다

[쿠키 연예] 일본의 톱스타이자 대표적인 지한파 배우로 통하는 오다기리 조(37)가 또다시 한국을 찾았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행복한 사전’(감독 이시이 유야) 홍보를 위해서다.

영화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전 만들기 작업에 뛰어든 한 출판사 사전편집부 사람들 이야기를 풀어낸다. 오다기리 조가 맡은 역할은 출판사 직원인 마사시. 그는 영업부에서 일하는 마지메(마츠다 류헤이)를 데려와 사전 만들기에 착수한다. ‘행복한 사전’은 깊이가 느껴지는 대사와 자신의 이상을 향해 묵묵히 돌진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묘한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18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오다기리 조를 만났다. 소탈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인상적인 ‘톱스타’였다.

-한국 방문이 잦았던 걸로 안다. 이번이 몇 번째 방문인가.

“너무 많이 와서 세질 못하겠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왔던 것 같다.”

-명성에 비해 영화 속 비중이 작게 느껴진다. 사실상 조연에 가까운데.

“원래 주연을 맡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하게 되면 ‘자유로움’이 없다. 캐릭터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보니 배우가 (그 역할을) 흔들 수가 없다. 반면 조연의 경우엔 배우가 특정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다.”

-‘행복한 사전’은 잔잔한 영화다. 이 작품이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한국인들의 국민성, 취향 같은 걸 나는 잘 모른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와 완전히 다르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다. 아날로그의 느낌을 간직한 작품이다. 그러면서 일본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담은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정서는 한국에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있는 편인가.

“디지털은 무섭다. 가령 영화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과거 필름으로 만든 영화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기록이 돼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 디지털 방식으로 찍는 작품들, 그 영화들이 100년 후에도 존재할까? 혹시 데이터가 날아간다면 사라지지 않겠나. 증명되지 않은 부분들, 그런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편이다. 디지털은 100% 믿기가 힘들다.”

-얼굴이 잘 생겼지만 최근작들을 보면 ‘멋진’ 역할은 일부러 피하는 느낌이다.

“그런 얘기 들으면 부끄럽다. 멋있는 척 하면서 ‘나 멋있지?’, 이런 모습 보여주는 걸 못한다. 내가 잘 생겼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다. 이 얼굴을 40년 가까이 보면서 살아왔다(웃음).”

-일본 배우들 중 한국에서 인기가 정말 많은 편이다.

“정말 실감 안 난다. 인기가 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이렇게 인터뷰할 때 ‘한국에서 인기가 많으세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있는데, 그건 예의상 해주시는 말 같다. 정말 인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의 이런 부분 때문인 거 같다. 예의도 없고, 옷도 내 멋대로 입고…. 그런 걸 보며 한국 팬들이 ‘저 애는 뭐지?’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가져주시는 거 같다.”

-영화 속 맡은 배역은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다. 극중 캐릭터처럼 사전을 만든다면, 그래서 ‘배우’라는 단어의 뜻을 풀이해야 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나.

“하룻밤은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이다. 배우(俳優)라는 단어에서 배(俳)를 보면 사람 인(人)에 아닐 비(非)가 붙어 있다. 여기에 ‘우수하다’는 의미의 우(優)를 붙였다. 즉 내가 아닌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 그게 배우인 거 같다. 하지만 배우는 무슨 인물을 연기하건 자신의 성격이 역할에 묻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하면 방금 전 내린 정의와는 다른 뜻이 돼버리지만.”

-돼지국밥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굉장히 좋아했다. 보쌈도 좋아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가 됐다. 그래서 이제 고기를 안 먹는다. 한국에 오는 재미의 80%가 사라져 버렸다(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