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아이폰에 총을 쏜 이유…“구글 보이스가 안 돼서”

기사승인 2009-08-17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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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아이폰에 총을 쏜 이유…“구글 보이스가 안 돼서”

[쿠키 IT] 지난 12일 세계적인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에는 다소 ‘섬뜩한’ 방식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 한 남성의 동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이 남성은 사람이 없는 한적한 산 속에서 자신의 아이폰을 마른 나뭇가지 더미 위에 올려놓고 9mm 구경의 권총으로 정확히 명중시켰다. 그리고 이 아이폰을 태워버리기까지 했다.

이 남성은 총을 쏘기 전 아이폰에 애플을 향한 메시지를 써서 보여줬다. 이 메시지는 “애플의 독재적인 정책에 질려버렸다. ‘구글 보이스’는 내 마지막 희망이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동영상은 현재 조회수 20만건을 넘어서는 등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글 보이스’는 구글의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최근 애플은 구글 보이스의 앱스토어 등록을 거절했다. 이 동영상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였던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기능들과 중복된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아이폰의 이동통신 파트너인 AT&T의 음성통화 수익 감소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소비자들의 지적과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애플의 이 결정에 대해 조사 방침을 밝혔으며, 구글은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웹 기반의 구글 보이스를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음성 통화료에 대한 불만과 폐쇄적 정책에 대한 반감이 저가·무료 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을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준 분명한 사례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 국내 모 인터넷매체의 기자이기도 한 한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인 1000만 (애플) 아이팟 터치 갖기’라는 독특한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블로그에서 “(아이팟 터치는) 이동통신사의 엄한 봉 노릇에서 여러분을 풀어줄 기기다. 스카이프가 발표한 아이팟 터치용 (인터넷 전화) 애플리케이션은 이를 향한 강력한 신호탄”이라며 “급한 전화 잠깐 참아도 된다. 서울 시내를 다녀보니 5분 정도면 항상 무선 핫스팟을 찾을 수 있었다.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스카이프나 기타 인터넷전화 서비스에 가입한다면 전 국민 공짜 통화의 꿈에 한걸음 다가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하면 인터넷접속료(데이터통화료)가 없는 데다 이동통신보다 훨씬 저렴하거나 같은 사업자 서비스간의 통화는 무료로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음성통화 수익 감소를 우려한 이동통신사들은 소수 단말기를 제외하고는 와이파이를 막아버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방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플은 구글 보이스의 앱스토어 등록을 거부하며 이미 등록돼 있던 스카이프, 님버즈, 트루폰, 프링 등 다른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도 돌연 등록을 거부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고, 국내 SK텔레콤도 조만간 론칭될 자사 앱스토어에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은 등록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모바일 인터넷전화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에 판매된 와이파이 지원 제품 누적 대수는 닌텐도 DS 250만대, 애플 아이팟터치 100만대, 소니 PSP 70만대, 이통 3사의 스마트폰 이용자 수 55만대로 이미 상반기 475만대를 넘어 폭넓은 저변층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KT의 무선랜 공유기 에그 등의 등장으로 제한된 공간에서만 웹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었던 와이파이 지원 제품의 인터넷 이용에 걸림돌까지 사라지고 있다.

또한 최근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선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이동 중에 웹 서핑을 이용하는 인구 확대와 가입자간 무료로 인터넷전화 통화가 가능한 인터네전화 애플리케이션 설치자 증가 등 관련 서비스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옥션 스카이프, 네이버, 다음, 파란 등 다양한 웹기반 콘텐츠와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의 사업 플랫폼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옥션 스카이프는 최근 이동 중 인터넷전화 스카이프를 사용할 수 있는 무선 공유기 에그 1년 무료 사용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MID 제품에 최적화된 모바일 웹 서비스(m.naver.com)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미 ‘모바일 다음(m.daum.net)’을 지난 1월 선보이고 4월부터는 휴대폰의 가로와 세로 화면에 완전히 최적화한 서비스를 진행 중에 있다. 또 KTH는 최근 자사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파란의 모바일 전용 웹 페이지 ‘파란미니(mini.pran.com)’ 서비스를 출시했다. 파란미니는 모바일 기기의 해상도나 화면 이용 방향에 맞게 인터페이스가 자동 전화되는 기능과 가독성을 고려해 깔끔해진 초기화면 구성으로 로딩 속도를 평균 2∼3초대로 서비스하고 있다.

인터넷전화 업계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은 번호 기반의 통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IP 기반의 인터넷전화 통화는 얼리어답터들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며 “하지만 와이파이 지원 제품의 보급 확산 속도로 볼 때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