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잡는덴 여자가 딱” IT 마케팅 책임자에 여풍 거세다

기사승인 2009-05-31 22:35:09
- + 인쇄
“女心 잡는덴 여자가 딱” IT 마케팅 책임자에 여풍 거세다

[쿠키 경제] 정보기술(IT) 업계의 마케팅 책임자 자리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다양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지갑을 열게 하는데는 남성보다 여성이 뛰어나다는 판단에서 주요 기업들이 여성 마케팅 전문가를 임원으로 적극 기용하고 있다.

KT는 31일 개인고객전략본부장(전무)으로 양현미(46) 전 신한은행 마케팅 전략본부장을 영입했다. 양 전무는 서울대 수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응용수학 박사 출신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카드와 신한은행에서 CRM(고객관계관리)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다. 공급자 위주의 마케팅에 익숙했던 국내 은행에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마케팅 방식을 성공적으로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이번엔 KT로 옮겨 이동통신사업 마케팅을 맡게 됐다. “KT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고객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 임원은 너무 적다”며 “시장을 넓게 보고 전체를 끌고 나갈 능력이 있는 여성 임원을 적극 기용하겠다”고 한 이석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다.

KT와 경쟁하는 SK텔레콤에도 여성 임원이 있다. 브랜드 전략실장인 박혜란(45) 상무다. 2007년 KTF가 대대적인 ‘쇼(SHOW)’ 마케팅으로 기세를 올리자 SK텔레콤이 LG애드(현 HS애드)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박 상무는 지난해 ‘되고송’에 이어 올해 ‘비비디바비디부’ 광고를 연속 히트시켰다.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4명이 모두 해외 마케팅 담당이다. 심수옥(47) 전무는 TV, 이영희(46) 상무는 휴대전화, 하혜승(42) 상무는 프린터, 조현주(48) 상무는 글로벌 브랜드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심 전무는 글로벌 기업 P&G에서 화장품 브랜드 ‘SK-Ⅱ’와 생리대 ‘위스퍼’ 등을 히트시킨 경력으로 2006년 삼성전자에 상무로 입성한 뒤 지난해 승진, 삼성전자 여성 임직원 중 최고 직급이 됐다 그는 올 들어 발광다이오드(LED) TV 띄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LG전자에선 여성 임원 5명 중 최명화(44) 상무와 이지은(40) 상무가 마케팅 책임자다. 2007년 영입된 최 상무는 소비자 니즈(needs; 요구)를 분석해 제품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사이트(통찰) 마케팅’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30대 여성 임원 탄생으로 화제가 됐던 이 상무는 유럽지역본부 HE(홈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장이다. 미국 하버드대 MBA를 나와 P&G와 맥킨지를 거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남성이 전유하던 IT 마케팅 책임자로 여성이 각광받는 것은 소비자층의 세분화와 관계가 깊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IT업계의 마케팅은 전체 트렌드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엔 소비자층 별로 트렌드가 잘게 나뉘어져 이를 포착하는 데는 섬세한 여성 마케터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