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인명구조율 96% 달성하겠다더니… 헛구호된 정부의 해사 안전계획

기사승인 2014-04-23 0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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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내항 여객선에 특화된 안전운항 시책을 수립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안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내항여객 안전운송체계를 구축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2014년 해사안전시행계획’에서 지난해 해사안전관리시스템 고도화 중 여객선 분야 성과로 제시한 대목이다. 하지만 발표 채 한 달도 안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로선 현실과 괴리된 해사안전계획을 수립·시행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해수부 출신 관료가 산하 공공·유관기관의 기관장을 차지하면서 제대로 된 감시를 할 수 없게 된 것도 잘못된 정책 판단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22일 제기되고 있다.

◇‘인명구조율 98%’ 달성하겠다더니…=해수부는 국토해양부 시절인 2012년 2월 제1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2012~2016년)을 내놨다. 국민 46%가 선박을 이용하는 등 이용자 증가 추세에 맞춰 국가 단위의 중장기 해사안전 계획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중장기계획과 함께 매년 해사안전시행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형사고 발생률 제로화’와 2016년까지 해양사고 발생 20% 감축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세월호 사고에서 승객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선원 안전교육 문제나 해양사고 수색·구난 능력제고 등도 포함돼 있다. 인적과실 사고 예방을 위해 종사자 교육 및 자질향상 방안도 담겼다. 또 선박 수색과 인명구조 역량을 강화해 ‘인명구조율 98%’, ‘사고대응시간 20분 이하 유지’를 목표로 설정하는 등 각종 장밋빛 목표를 내놨다.

기본계획 이후 전체 선박사고 건수는 감소 추세지만 어선을 제외한 일반선의 사고 건수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무엇보다 기본계획 기간 동안 1조3214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원 투입 계획을 세우고도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 수습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해수부 마피아’가 산하기관 독식=세월호 참사 이면에는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 선박 운항의 안전과 관리를 담당하는 산하 공공·유관기관의 장(長)으로 가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할 기관에 해수부 출신이 가면서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연안선사 모임인 한국해운조합이다. 해운법은 해운조합이 선임한 운항관리자가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지도·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에 대한 월례점검, 특별점검, 노후여객선 특별점검 등 각종 점검을 실시하고 정원초과·과적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선박 안전에 직결되지만 선사로부터 운임의 일정액을 받아 운영되는 만큼 제대로 된 감독이 힘들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실제 화물의 경우 선사의 수익과 직결된 만큼 규정을 넘겨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빈번했다.

해운조합은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이사장도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다. 주 이사장 밑에 있는 본부장 3명 중 2명도 각각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간부 출신이다. 해경은 일선에서 운항관리자에 대한 지도·감독을 담당한다.

선박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과 선박안전기술공단 역시 비슷한 경우다. 한국선급은 역대 이사장 12명 중 8명이 해수부나 정부 관료 출신이다. 현재 해수부 산하 14개 공공기관 중 11개 기관의 수장을 해수부 출신이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