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청년고용 대책

기사승인 2014-04-17 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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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지난 15일 정부는 청년고용 대책을 내놨다.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추겠다는 내용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고 중소기업에서 오래 일하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이 청년 구직자의 눈높이를 높였다는 측면에선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고 있는 현재의 청년 구직자들이 10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 입장에선 정부 대책이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청년 구직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란다. 갑자기 망하지 않으면서 적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다. 현실에선 그게 공무원과 대기업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기를 쓰고 공무원·대기업 시험에 매달린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게 눈이 높다고 타박한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팍팍 취업을 해줘야 하는데 중소기업에는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질을 올린다)’를 고용분야의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정부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내놓고 일자리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숫자의 힘은 크다. 고용률 70% 로드맵 이후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와 근로시간 단축에 목을 매고 있다. 장시간 근로관행을 깨뜨리고 일자리를 나눈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숫자에만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늘’에만 정신이 팔려 ‘지·오’는 팽개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책이 발표되던 날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우린 기획재정부의 외청이 됐다”고 자조했다. 노동부는 고용 정책의 선도부처를 자처하며 정권 초기 의욕적으로 로드맵을 작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 정책 기획 업무의 대부분이 기재부로 넘어간 상태다. 청와대가 부처간 칸막이 허물기를 강조하면서 어느새 부총리 부처인 기재부가 고용정책 기획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누가 정책을 장악했는지는 청년 구직자들에겐 그다지 중요치 않다. 어엿한 일자리만 늘려주면 된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임기말까지 70%를 채워야 한다는 수치에만 매몰돼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한 안정적 일자리를 저임금·단시간 근로로 채우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열악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고용률 70%가 달성된다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수준 향상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칠 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