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번주소는 일제의 잔재”… 도로명 새주소 변경, 생각보다 쉽다

기사승인 2013-12-05 16: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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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도로명주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주소방식인 지번주소는 일제의 잔재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일제의 토지 강탈 과정에서 도입된 것이 일본식 지번주소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1918년 11월 조선총독부의 중추원 부의장으로 일하고 있던 이완용은 당시 조선 전국의 토지마다 번호(지번)을 부여하고 소유자를 조사하는 토지조사사업이 완료됐다는 축사를 발표했다. 이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조선총독부는 우리나라 전국토의 40%에 해당하는 임야와 전답에 대해 ‘주인이 없는 토지’라고 선언하고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었다.

조선총독부는 이 땅을 일본에서 건너온 일본인들에게 무상 또는 싼 값으로 불하해 일본인 대지주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일제는 조선에 대해 수탈경제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이어 ‘조선호적령’을 공표하고 토지조사 사업을 통해 만든 지번을 호적부의 주소로 사용하도록 했다. 조선총독부가 차지한 땅의 주인을 계속 일본인들이 차지하도록 해서 영구적인 식민통치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일제가 지번주소를 시행하기 이전의 우리나라 주소 방식은 토지가 아닌 건물(집)을 기반으로 했다. 조선의 헌법에 해당하는 ‘경국대전’에 따르면 조선의 주소체계는 통호제였다. 5개의 집을 하나의 통(統)으로 묶고 각 집마다 호(號)를 부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에 있던 옛 집 주소는 ‘한성부 찬성방 우교계 5통 3호’ 등으로 표기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일제 시대 당시는 일본도 지번 주소를 쓰고 있었지만, 지번주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1962년부터 도로와 건물 중심의 주소 방식으로 전환해 지금은 지번 주소 자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토지에 기반한 지번 방식의 주소를 쓰는 나라는 전세계에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지번주소는 실제 건물이 위치한 순서대로 부여된 것이 아니라, 생성순서에 따라 부여되기 때문에 지번주소는 연속성이 없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없이 주소 하나만 가지고 집을 찾으려고 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일본식 주소체계를 벗어나기 위해 1948년과 1969년 전반적인 주소개편을 검토해 이후 점진적인 주소개편을 추진했지만 비용부담 등으로 실패했다.

정부는 1997년부터 도로명 주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해 벌써 16년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은 종이문서에 기반한 방식이라 전환해 많은 애로가 있었지만, 디지털 기술과 통신의 발전으로 도로명 주소 전환은 ‘의지의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KT무빙(ktmoving.com)에 들어가 자기 집의 현재 주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현재 거래하고 있는 대부분의 금융회사나 통신회사, 유통회사에 등록된 주소가 자동으로 도로명주소로 변환된다. 자기 집 도로명주소는 주소명주소안내시스템(juso.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