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상 ‘잊혀질 권리’ 생기나… 인터넷에 올린 개인정보 내가 원할 때마다 삭제 요청

기사승인 2013-02-15 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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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상 ‘잊혀질 권리’ 생기나… 인터넷에 올린 개인정보 내가 원할 때마다 삭제 요청

직장인 전모(29)씨는 최근 인터넷 게임 도중 채팅으로 설전을 벌이다가 상대방으로부터 ‘곧 재미있는 일이 생길 테니 각오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며칠 후 전씨가 가입해 있는 게임 동호회 카페에 전씨의 사진과 나이, 직장 등 신상정보와 함께 각종 욕설이 섞인 글이 게시됐다. 전씨는 15일 “그 글이 올라온 뒤 직장으로 장난전화가 수십 차례 오는 등 피해가 컸지만 해결책을 몰라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대생 A씨는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 관련 상담글을 올렸다가 얼굴, 실명, 학교, 페이스북 주소, 사는 곳 등 개인정보가 공개돼 망신을 당했다.

인터넷을 통한 ‘신상털기’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신상털기는 특정인의 신상 관련 자료를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 찾아낸 뒤 다시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트리는 일종의 사이버 테러다. 신상털기는 보통 인터넷 게임이나 이메일 주소 등에서 알아낸 대상의 아이디를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하는 데서 시작한다. 아이디의 흔적이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나 블로그, SNS 등을 찾아낸 뒤 아이디 사용자가 입력한 개인정보와 심지어 가족관계까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신상털기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 침해의 경우 피고소인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잊혀질 권리’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인터넷에서 생성되고 저장·유통되는 개인 사진, 글 등 개인정보에 대해 소유권을 강화하고 삭제와 수정, 영구적인 파기 요청이 가능한 권리다. 지난 12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잊혀질 권리가 담긴 ‘저작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 그 게시물을 삭제토록 요청할 수 있고, 요청받은 업체는 확인 절차를 거쳐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잊혀질 권리에 따라 정보 주체가 자신이 게재한 정보를 포함해 본인의 정보가 포함된 제3자의 게재글까지 삭제·확산방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현행법상 인터넷 글·사진은 저작물로 간주된다.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르면 글을 올린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 저작물에 대해 복제와 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삭제 요청에 대한 근거는 없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에 따르면 삭제 요청도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있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