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노래의 갈증, 연기의 열망…박유천이 사는 법

기사승인 2012-06-23 23:59:01
- + 인쇄

[인터뷰] “다음 작품 빨리하고 싶어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고. 바쁘게 지내다 군대 다녀오면 30대 나이에 맞는 연기가 또 있을 것 같아요.”

욕심 많은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계획은 이미 몇 년 뒤까지 그려진 것만 같았다. 6월 안에 영화나 드라마, 앨범 중 빨리 결정돼서 하반기 활동을 하고 싶단다. 바쁜 스케쥴로 피곤할 법도 한데,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의 에너지는 차고도 넘쳤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는 그에게 이러한 조바심을 갖게 만든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만족도는 물론 많은 가르침과 기다림, 또 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열어준 드라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드라마는 시청률에 있어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적도의 남자’와 MBC ‘더킹투하츠’ 모두 10%대 초중반을 기록하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 하지만 마지막회에서 ‘옥탑방 왕세자’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가수로 활동을 해서 앨범이 얼마 팔리고 그런 걸 의식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시청률은 몇 프로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죠. 이번 드라마에서는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신경을 많이 못 썼지만, 정말 여느 때보다 많이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자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박유천은 또다시 사극을 택하기에 망설임이 있었다. 그는 “사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기피와 부담이 있어 피하려고 했다”라며 “사극을 꺼려했던 것이 아니라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작품으로 이슈가 되고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옥탑방 왕세자’ 초반에는 ‘성균관 스캔들’과 차이를 둬야한다는 부담을 갖고 시작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며칠 가지 않아 자연스럽게 털어버릴 수 있었다. 박유천은 “두 캐릭터는 신분이 달랐고, 느낌도 너무 달랐다”라며 “목소리 톤이나 제스쳐, 시선 등을 고민하다보니 전혀 다른 인물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옥탑방 왕세자’는 조선시대 왕세자가 세자빈을 잃고,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1세기의 서울로 날아와 전생에서 못 다한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의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극중 왕세자 이각 역을 맡은 박유천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복병은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코믹이라는 장르가 개그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다가가야 하는 부분이 컸던 것. 생각했던 것보다 출연분도 확연히 많았으며 처음 호흡 맞추는 배우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여러 가지 걱정이 들긴 했지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심복 3인방과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는 거예요. 셋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았고, 거기에 내가 자연스럽게 얹혀진 거였죠. 모두들 하나 하나 설정으로 잡아오셔서 오히려 내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왔고, 갈수록 에드립 또한 빛을 발했어요.”

작가 또한 이들의 탄탄한 팀워크를 눈치 챘는지, 후반부에는 ‘알아서 연기하라’는 주문이 늘어났다. 박유천은 “정말 배우들을 믿고 써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색다르고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한지민에 대한 고마움은 특별했다. 처음 인사를 나누고 어색함이 겉돌던 시간도 잠시, 연기 호흡이 잘 맞자 자연스럽게 편한 사이가 됐다. 그는 “적극적으로 먼저 대본을 맞춰보자고 다가와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여쭤봐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편하게 연기하게끔 발판을 만들어주신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박유천은 가족에 대한 애틋함과 책임감이 20대 중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남다르다. 드라마 촬영 초반, 아버지를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야했고 그는 오롯이 가장이 됐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하고 싶다고 털어놓은 이유도 이러한 맥락과 흐름을 같이 한다.

“여자친구가 있으면 공개하고 싶어요. 공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에도 가지고 있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한번도 여자친구를 소개시켜드린 적 없었거든요. 아빠가 편찮으신 기간에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소개시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이 바빠서 연애를 못하다보니 끝내 아버지께 여자친구를 소개시켜드릴 수가 없었어요.”

박유천은 “남자들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공개하고 싶은 로망이 있는 것 같다”라면서도 “일반인이 아닌 만큼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일이 쉽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상대와 신중하게 의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던 박유천의 부친은 지난 3월 14일, 공교롭게도 ‘옥탑방 왕세자’가 첫 방송을 하는 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바쁜 스케쥴을 소화하던 박유천은 동생 박유환과 상주로서 빈소를 지키며 슬픔을 함께 했다. 아버지 이야기에 박유천은 의외로 담담했고 차분했다.

[Ki-Z 人터뷰] 노래의 갈증, 연기의 열망…박유천이 사는 법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것이 위안이 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순간에는 너무 슬프고 아프다보니까 오히려 흐트러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내가 앞으로 유환이나 어머니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돼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생겼다. 시간이 더 흐르면 처해질 상황이 막연한 두려움이 됐다. 최근 어머니를 여행 보내드린 것도 그리고 10년 넘게 다툰 적이 없는 어머니와 크게 다퉜던 것도 이러한 두려움이 기인한 탓이다. 그는 “가족에게 더 의지가 되고자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머니는 나를 안타까워하셨다”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배우로 활약 중인 친동생 박유환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이미 유명하다. 꿈을 묻는 말에 “동생 유환이와 함께 ‘칸영화제’에 가고 싶다. 최근 백상예술대상에 같이 나가니까 너무 좋았다”라며 “칸에 가서 같이 사진도 찍고, 유환이가 외국에 10년 넘게 있었으니 통역으로도 써먹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유환이는 너무 대견스러워요. 형에게 의존하지 않고 헤쳐 나가려는 노력이 너무 보일 정도죠. 또 그런 결과물을 제시해서 사랑스러워요. 유환이가 돈을 벌어오니까 군대 맘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대하면 동생에게 용돈 받아야지 농담도 하고 그러죠. 하하.”

이제 막 배우로서의 재미와 책임을 느끼게 된 박유천은 가수로서의 욕심도 결코 놓지 않았다. JYJ 준수의 솔로 앨범 발매는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찬성해서 기획됐다. 그는 “개인 활동을 하다보니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자유롭지 못했다”라며 “준수의 솔로 앨범을 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솔로 앨범에 대한 욕심은 없는데 한번은 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룹 내에서 자신의 색깔 내기 쉽지 않잖아요. 누구나 그룹 활동을 한다면 꼭 한번 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할 거예요. 무대를 그리워해주신 팬들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연기와 노래를 병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두정아 기자 violin80@kukimedia.co.kr 사진 이은지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