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제2의 육아… 손주는 선물이지만 육아는 고통이다

기사승인 2013-02-08 0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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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제2의 육아… 손주는 선물이지만 육아는 고통이다

그랜맘의 ‘제2의 육아’ 각종 질환 불러

[쿠키 건강] “너희 자식은 니들이 알아서 해라”, “나는 절대 손자 못 봐준다”.
바로 자식들을 결혼 시키고 황혼의 문턱에서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은 그랜맘들의 폭탄선언이다. 하지만 자식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손주를 떠안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공개한 ‘100세 시대 대비 여성노인의 가족 돌봄과 지원방안 연구’에서는 그랜맘들이 손자녀를 돌보는 이유로 ‘자녀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려고’(78.3%), ‘자녀의 양육비 부담을 줄여주려고’(35%) 등을 꼽았다. 이처럼 자녀들을 위해 그랜맘들이 손자녀들을 돌봐주는 양육 시간은 하루 평균 8.86시간. 하지만 관절과 척추에 퇴행이 시작되는 나이에 무리한 ‘중노동’에 해당하는 육아활동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



◇가장 보살핌 필요한 돌쟁이 시기, 평균 10㎏ 몸무게가 그랜맘 허리 ‘척추관협착증’ 부른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으론 울고, 보채는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돌 지난 아이의 평균 몸무게는 약 10㎏정도로 그랜맘들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무게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안으면 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몸이 뒤쪽으로 젖혀지게 되며 무게가 고스란히 척추로 쏠리게 되고, 만일 앉아서 아이를 안고 있을 경우에도 본인의 무게와 아이의 무게가 함께 전달돼 아이 무게의 2배에 달하는 부담이 척추로 전달된다. 따라서 그랜맘들에게 허리 통증이란 떼래야 뗄 수 없는 고질적인 만성 통증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노화가 주된 원인지만 생활 습관으로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안의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점점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느끼게 되는 질환으로 허리디스크와 비슷하게 다리 저림과 통증 증상을 동반한다. 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질환이 심화되면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최인재 노원척의원 척추외과 원장은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노화로 인한 척추의 퇴행성 변화에서부터 발병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때 계속해서 척추에 무리가 가는 행동들을 한다면 질환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노년층은 수술을 두려워해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수술 치료인 신경성형술로 짧은 시간 동안 척추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부위의 유착을 제거하는 치료를 통해 호전이 가능한 만큼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유모차 끌기, 장보기, 청소하기 등 잦은 손 사용 후 저리고 찌릿하다면 ‘손목터널증후군’ 의심= 그랜맘의 경우에는 아이를 돌보며 설거지, 청소 등 가사노동까지 함께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손의 사용량이 매우 높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토닥토닥 가볍게 손을 움직이는 데서부터 시작해 유모차 끌기, 기저귀 갈기, 분유와 같이 각종 육아용품을 구입, 장보기 등 그랜맘의 손은 쉴 틈 없고 활동량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가 활동하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청결이다.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틈틈이 청소를 하고 걸레를 짜는 동작을 하다 보면 결국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손의 근육 힘줄에 피로가 누적돼 붓게 된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근육 힘줄들이 붓게 되면 힘줄과 함께 손목 터널을 지나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게 돼 저리고 감각이 떨어지는 신경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증상이 오래되면 근력이 떨어져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게 될 수 있다. 흔히 손/손목에 저림 증상이나 통증이 발생하면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지 쉽지만, 이는 ‘손목터널증후군’의 신호일 수 있는 만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손목터널 증후군은 팔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터널 안에서 눌려 신경성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손목, 손바닥, 엄지, 검지 등에서 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목디스크의 경우에도 손이 저릴 수 있지만 보통 약지와 소지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다르다.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손목터널증후군 환자의 80%가 여성이었고, 그 중 50% 이상이 40~50대였다. 이처럼 그랜맘들의 경우 갱년기를 지나 급격히 여성호르몬이 감소돼 뼈와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집안일과 손주 돌보기를 꾸준히 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부르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김동욱 서울척병원 관절외과 원장은 “흔히 수근관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손목터널증후군의 경우 저림과 근력약화가 와도 참고 넘어 가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초음파로 정확한 발병위치를 찾아 주사하는 비수술치료법인 근골격계초음파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한 만큼 부담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화·잦은 사용 원인되는 ‘퇴행성관절염’, 평소 무릎 근력강화 필수= 또한 어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목욕을 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한창 예민하게 반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수시로 움직이며 상태를 체크하고 돌봐야 하는 만큼 무릎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관절이 퇴행을 시작하는 그랜맘들의 경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앉았다 일어나는 것과 같이 자주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은 다리가 뻣뻣해지고 통증을 느끼게 되는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뼈와 인대에 염증을 유발해 통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말 그대로 노화와 잦은 사용으로 인해 관절이 마모돼 발생되는 관절염이다. 따라서 무릎이 붓고 굽혔다 펼 때, 잠을 잘 때도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며, 단순한 근육통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파스나 찜질 등으로 증상의 호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발병 초기에는 약물치료로도 나아질 수 있지만 연골이 닳아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화된 경우에는 기존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무릎에 관절염이 찾아오기 전에 평소 걷기 운동이나 무릎 스트레칭을 통해 근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필수적이고, 아이를 육아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가까운 동선 안에 배치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쪼그려 앉거나 잘못된 자세로 아이를 돌보는 습관을 바꿔 자신의 건강도 함께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생을 다해 살신성인 자신을 길러주신 것으로도 모자라 손주까지 손수 길러주시는 그랜맘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할 수 있는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다가 오고 있다. 각양각색의 선물들로 부모님을 찾아뵙곤 하지만 그 어떤 선물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부모님의 건강이다. 따라서 이번 설을 기회로 부모님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만약 아프신 곳이 있다면 함께 병원으로 가 미리미리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효도 선물일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