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폐암 표적항암제 한계 극복, 새로운 내성기전 밝혀

기사승인 2012-08-16 14: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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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폐암 표적항암제 한계 극복, 새로운 내성기전 밝혀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 이재철 교수 연구팀, 해외 연구진과 공동연구

[쿠키 건강] 국내 의료진이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폐암 표적치료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내성기전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폐암 표적치료제 복용으로 생기는 지금까지의 내성기전과 다른 원인을 규명한 것으로, 내성 문제를 최소화하고 내성 부작용을 막는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 이재철 교수(종양내과·사진) 연구팀은 콜롬비아대학교와 UC샌프란시스코대학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AXL’이라는 인산화효소수용체가 폐암 표적치료제에 대한 내성 발생과 연관이 있는 새로운 내성기전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제네틱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항암제로, 암 치료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지만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내성의 중요한 기전 중 하나는 치료제가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면 스스로 다른 신호 경로를 찾아내 세포증식을 지속하는 방식으로 생성되는데, 이러한 우회 경로에 대한 꾸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는 지금까지 알려진 내성 발생 원인과는 다른 새로운 내성기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앞으로 암 완치율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적치료제로 암세포 증식 신호 차단 시 스스로 ‘우회로’ 찾아 내성 생기는 과정 확인

서울아산병원 폐암연구팀에 따르면 ‘AXL’은 인산화효소수용체의 한 종류로, 수용체는 세포의 외벽에서 외부 신호를 받아 세포의 증식과 분화, 소멸, 그리고 암 생성 등에 관여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 군이다.

연구 대상이 된 약품은 폐암 바이오마커(생체지표) ‘상피성장수용체’(EGFR, 세포내에 자극을 전달하는 중요한 단백질 수용체) 표적치료제인 ‘이레사’와 ‘타세바’로, 이 표적치료제는 비소세포성폐암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그동안 폐암 표적치료제의 내성기전으로 ‘T790M’과 ‘MET’ 두 종류가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성기전이 많아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와 관련 이재철 교수 연구팀은 ‘AXL’ 유전자를 변형시킨 암세포와 동물 실험을 통해 ‘AXL’이 내성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한 후 비소성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입증했다. 실제 연구팀은 비소세포성폐암을 앓는 43세에서 80세까지의 총 35명 환자를 대상으로 대표적인 폐암 표적치료제인 ‘이레사’와 ‘타세바’를 투여한 후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조직에서 ‘AXL’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내성 전후를 비교한 결과 총 35명의 내성 보유 환자군에서 7명의 환자(20%)가 ‘AXL’ 양성반응을 보였고, 그 중 2명의 환자가 기존에 내성기전으로 밝혀진 ‘T790M’까지 함께 반응을 보여 결국 ‘AXL’이 내성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내성 부작용 막는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 전망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세포내에 자극을 전달하는 중요한 단백질 수용체인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에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면 ‘티로신 카이나제’가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 되고, 이상신호를 전달해 암이 발생하며 빠르게 증식하게 된다.

현재 사용 중인 폐암 표적치료제는 이 상피성장인자수용체(EGFR)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표적을 지닌 환자에서는 높은 치료 반응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 반응이 좋더라도 대부분의 환자에서는 평균 1년 정도가 지나면 내성이 발생해 병이 다시 악화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내성 원인을 찾아낸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절반 정도 밖에 밝혀지지 않았던 내성기전 영역을 확대시키면서 의료약품계의 숙원인 내성문제 해결에 한걸음 전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상위 서울아산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밝혀진 내성기전인 ‘AXL’과 기존의 ‘EGFR’ 신호를 동시에 차단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면 암을 더욱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며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AXL’과 관련된 표적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폐암 표적치료제가 갖는 내성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