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이돌 對 일본 오타쿠 캐릭터… 런던올림픽 오프닝 무대 투표, 누가 이길까?

기사승인 2012-01-18 17:3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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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2012년 런던올림픽 오프닝 세리머니 가수를 추천하는 인터넷 투표에서 한류 스타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하자 일본이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한류 스타를 모두 끌어내리고 정상을 밟은 스타도 정작 오타쿠(おたく·만화와 게임에 열광하는 마니아) 캐릭터인 탓에 일본도 세계적인 비웃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8일 유명 랭킹 사이트 더탑텐스닷컴(www.the-top-tens.com)에서 가장 활발한 투표가 진행 중인 런던올림픽 오프닝 세리머니 가수 부문에는 일본 캐릭터 하츠네 미쿠(初音ミク)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한류 스타가 상위권을 독식했다는 쿠키뉴스 보도(2012년 1월10일자)가 나온 지 일주일여 만에 일본이 판세를 뒤집은 셈이다.

당시 1위였던 국내 남성그룹 슈퍼주니어는 2위로 밀렸다. 다른 남성그룹 빅뱅과 샤이니도 3~4위로 한 계단씩 내려갔다. 여성그룹 소녀시대는 7위에서 6위로 도약했지만 하츠네 미쿠의 반격을 저지하지 못했다. 영미권 남성그룹 원디렉션은 5위로 한 계단, 미국 여성가수 레이디 가가는 7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하츠네 미쿠는 일본 음원업체 크립톤퓨처미디어가 2007년 8월 선보인 보컬로이드 기반 소프트웨어다. 보컬로이드란 보컬(Vocal)과 안드로이드(Android)의 합성어로, 노래와 가사를 입력하면 인공적으로 육성 음악을 제작할 수 있는 음원 제작 엔진이다. 무명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캐릭터가 연예계 활동을 한 기존의 사이버가수 개념과 다르게 음악부터 활동까지 모두 기계로 할 수 있다.

하츠네 미쿠는 발랄한 10대 여성을 본뜬 캐릭터다. 일본은 물론 한국과 중국, 미국 등에서 마니아를 양산하며 현 세대 오타쿠 문화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사람이 아닌 캐릭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 남성들이 대거 몰린 하츠네 미쿠의 콘서트 현장(아래 동영상 참조)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츠네 미쿠를 런던올림픽 오프닝 세리머니 가수로 추천한 일본 오타쿠들에게도 분명한 이유는 있었다. 이들은 투표 사이트를 통해 “하츠네 미쿠는 꾸준히 발전하는 기술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거나 “IT시대인 2012년에 열린 올림픽을 상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덕에 한류 스타를 향한 세계인의 눈초리는 고스란히 일본으로 넘어갔다. 해외 네티즌들은 “한류 스타보다 더 세계적 명성을 확보한 아티스트가 겨우 오타쿠 캐릭터인가”라거나 “런던올림픽 오프닝 세리머니 가수 투표가 의미 없게 됐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 네티즌들은 “한국의 10대 소녀와 일본의 남성 오타쿠가 런던올림픽 오프닝을 좌우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투표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 트위터@kcopd

☞일본 하츠네 미쿠 콘서트 현장 동영상(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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