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양두구육은 유머,독도는 한국땅 맞아”

기사승인 2010-01-21 1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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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비빔밥 비하논란으로 최근 한국인의 공적이 된 산케이신문 서울특파원 구로다 가쓰히로(69)씨. 그는 이미 독도, 위안부, 역사교과서 문제가 나올때마다 한국인의 심기를 건드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를 19일 서울 중구 산케이신문 서울지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여론의 화살에도 불구하고 수더분하면서도 차분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비빔밥 논란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본 것이고 양두구육이란 말은 유머스런 표현일 뿐”이라며 어감이 갖는 문화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독도는 사실상 한국 땅”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으며 31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이 너무 좋아 당분간 떠날 계획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가 한국에서 사라진 옛날 리어카와 버스안내양 등에 대한 책을 쓸 계획이라고 밝힌 부분에서는 한국인 이상의 한국 사랑을 느낄수 있었다.

구로다와의 가감없는 대화를 담아봤다.

-비빔밥 논란에 대한 해명글을 보았다. 한국에서 30년 동안 살았는데, 양두구육이 한국과 일본에서 다르게 쓰인다는 것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의도적인 것이 아닌가.

△먼저, 내가 쓴 칼럼은 일본 독자를 상대로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쓰임을 먼저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이해하기 쉽게 쓰기 위해 재미있는 표현이나 눈에 들어오는 어휘를 쓰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풍자적으로,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썼던 것이 양두구육인데 이런 부분을 일본 독자는 그냥 하나의 재미요소라고 받아들인다. 정서상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날생선을 먹는 스시도 외국인의 거부감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음식임에도 일본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았는데 비빔밥을 문제삼을수 있나.

△비비는 음식은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당연히 처음에는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건 낯설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는 거다.하지만 음식은 맛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재미만으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비빔밥을 세계화한다면 안 비벼도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라든지, 아름다운 재료를 살리면서 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내면 좋지 않을까.

나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 있고, 또 한국 음식을 매일 먹어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크다. 그러다 보니 ‘아 이 음식은 외국인도 참 좋아하겠구나.’ 혹은 ‘이것은 외국인들에게는 좀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비빔밥보다는 오히려 한정식을 세계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정식에는 다양성도 있고, 고유의 맛도 존재한다. 버리게 되는 음식이 많다는 문제만 개선한다면 충분히 한정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본인은 비빔밥 좋아하나.

△한국 음식 중에 비빔밥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매일 먹고 있고 이는 한국 음식이 입맛에도 잘 맞고, 맛이 있다는 거 아니겠나.



-독도와 동해문제는 한일관계의 아킬레스 건이다.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 교수가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독도와 동해문제를 해결할 해법은.

△최종 해법은 없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반세기 이상 한국이 실력과 힘으로 독도를 통치해왔다. 이미 현실면에서 독도는 한국의 소유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 한 일본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1945년에 패전하고 52년에 일본이 주권을 상실하면서 독도의 소유권이 한국에 돌아갔다.

-그래서 독도는 한국의 영토라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한국의 것이 됐다.

-한국과 한식에 대해 관심도 많고 애정도 깊은 것 같은데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는가.

△어린 시절을 오사카에서 보내다 보니 재일교포가 많았다. 그래서 재일교포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왜 그런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났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30년 한국 근 현대사를 직접 겪은 유일한 일본인인데 각 정권에 대한 평을 해본다면.

△한국 국민들은 참 지혜로운 (정권)선택을 했다. 각 정권이 모두 의미가 있고, 역대 대통령은 모두 시대의 요구를 잘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박정희 정권에는 경제와 건설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했다. 그런 부분에서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도 마찬가지다. 당시는 나라의 위기상황이었다. 강력한 힘이 필요한 시절이었고 군사정권을 통해 안정화를 이뤘다.

노태우 정권도 욕을 많이 먹지만 나는 높이 평가한다. 중국 소련 등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국교정상화와 언론자유화를 이뤘고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과도기를 극복했다고 본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야당출신인데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점진적인 정권교체의 초석으로 YS가 대통령이 되고, 다음은 진짜 야당이 당선됐다. 김대중(DJ)정권이 출범한 것은 그 동안 한이 많았던 호남지역의 한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권은 실질적인 좌파정권이라고 본다. 이러한 좌파도 정권을 잡아야 그 동안의 친북, 좌파세력이라 받았던 불이익, 한을 풀 수 있다. 잘못했던 부분도 있지만 다시 그러한 정책은 수정을 하고, 불안했던 것은 안정화를 통해 또 발전할 수 있다. 그러한 국민의 판단이 다시 현 이명박(MB)정권을 출범시켰다.


-한국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금부터는 성숙미가 필요하다고 본다. 70년대 초 내가 한국에 왔을 때, 일본인에게 한국은 가난하고 어두운 마이너스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나라가 커지고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나라, 외국인의 눈을 의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 활력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나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은 피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매너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길에서 부딪혔을 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일본인이 배워야 할 한국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한국인들은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다. 나쁘게 말하면 와일드하다는 것이지만 한국인이 가진 장점임에는 틀림없다.한국사람들은 자기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잘한다. 때문에 음식을 포함해서 한국이 세계로 진출할 때도 훨씬 수월할 것이다.

구로다 “양두구육은 유머,독도는 한국땅 맞아”


-한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내도 집에서 늘 한국 드라마만 본다. 한국 드라마는 재밌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 감정에 솔직하다보니 연기할 때도 박진감이 넘치고 감정표현이 좋다. 그런데 일본 배우는 미지근하다. 반응이 없고 재미도 없다. 드라마를 통해 보는 모습들은 일본에는 없는 부분이다 보니 한류 붐이 일었다. 한류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에 계속 있을 생각인가.

△(내 글이 문제 될 때마다) 곱게 늙어라, 한국에서 나가라는 말을 많이 듣곤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이곳이 활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오래 살려면 체력이 되는 한 한국에 머물러야겠다. (웃음)

-욕을 먹으면서도 그렇게 한국이 좋은가.

△30년 동안 내가 한국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이 살기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진심으로 나에게 잘해줬고, 내가 사귄 한국인들은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 지내면서 무척 행복했고 70살 가까이 된 내가 바쁘게, 열정적으로 지낼 수 있게 만들어준 한국과 한국인에게 고맙다.

-앞으로 한국에 머물며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70,80년대를 한국에 머문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라진 것들, 혹은 서울에서 사라진 것들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다. 예를 들면 옛날의 난로, 리어카 등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89년도에 사라진 버스안내양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외국사람이라 신기하게 느껴서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이런 생활상이 문화이자 역사다. 여기에는 한일관계도 담겨있다. 내가 살아왔던, 한국인이 살았던,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사회상을 담은 책을 꼭 써보고 싶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박소현 기자, 사진=장일암 사진작가 fox6580@hanmail.net

(인턴제휴 아나운서 아카데미 '아나레슨'http://www.analess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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