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 마징가Z 표절?’ 외국 사이트에서 논란 재연

기사승인 2009-09-11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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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V, 마징가Z 표절?’ 외국 사이트에서 논란 재연

[쿠키 톡톡] ‘한국이 일본의 마징가Z를 베낀 로보트 태권V의 대형 동상을 세우려 한다.’

해외 유명 전자제품 및 신기술 전문 웹블로그 ‘기즈모도’가 최근 ‘로보트 태권V’(이하 태권V)의 대형 동상이 한국에 건설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태권V가 일본의 마징가Z를 베꼈다고 소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즈모도는 IT제품 및 미래기술 등에 대한 발빠른 속보와 구체적인 사용후기 등으로 전세계 IT업체 등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대형 인터넷 블로그다.

기즈모도는 지난 8일 ‘한국의 364피트짜리 거대한 태권V 동상이 인간을 깔아뭉갤 것(Korea's Massive 364-Foot Taekwon V Statue Will Crush Puny Human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즈모도는 기사를 통해 최근 일본의 도쿄 오다이바 시오가제 공원에 세워졌던 실물크기 건담(18m) 보다 훨씬 큰 364피트(약 111m)짜리 태권V 동상이 한국의 로봇랜드에 건설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투입 예산만 5800여억원에 이르는 로봇랜드는 산업자원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2012년쯤 인천 청라지구에 조성될 예정이다. 태권V는 로봇랜드 상징물로 1차 선정됐다.

기즈모도는 그러나 태권V와 관련한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태권V 만화가 일본의 마징가Z를 베낀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적었다.

기사를 읽은 외국 네티즌들은 “한국인들은 창피한 줄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반면 “사람 형상을 한 최초 로봇은 마징가Z가 맞지만 그렇다고해서 태권V가 모방작품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는 내용의 반박글도 올랐다.

태권V의 마징가Z 표절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한국의 초기 대표 애니메이션 태권V가 30년만에 복원돼 재상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네티즌들은 “표절 만화를 또 표절하냐”며 거세고 비판했다.

일본 네티즌들은 1976년 한국에서 제작 상영된 태권V가 72년 일본에서 제작된 마징가Z의 표절작이라고 끊임 없이 지적해왔다. 실제 일본 인터넷에서는 마징가Z와 태권V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비교한 수십장의 사진들이 나돌기도 했다.

태권V의 김청기 감독은 2005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징가Z가 먼저 나왔고 슈퍼 인간형 로봇 개념을 확산시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마징가Z 보다 늦게 태권V를 창작해 내면서 마징가Z의 그늘에서 탈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의 경우 바퀴 4개에 뚜껑 씌운 점이 비슷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두 다르듯 태권V와 마징가Z도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창작물”이라며 “표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서글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로봇박물관 기획연출자 명지전문대 백성현 교수는 지난 6월 펴낸 저서 ‘상상력이 만든 장난감과 로봇’에서 태권V의 표절 논란을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3세기 고려청자를 중국 도자기의 표절로 보지 않는 사례와 함께 마르셀 뒤상의 작품과 팝아트 등을 예로 들면서 “태권도와 한국형 투구 모양 등의 독창성을 획득한 태권브이는 ‘모방을 넘어선 최상의 응용’이며, 물리적 외양과 기능에서 마징가에 의존했다하더라도 이는 단지 ‘문화전의’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