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휴가지에서 일하다 가정파탄난 이야기 미담으로 포장한 고용노동부

기사승인 2016-04-18 10: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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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휴가지에서 일하다 가정파탄난 이야기 미담으로 포장한 고용노동부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회사를 다니는 노동자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일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저 없이 휴가 기간을 꼽을 것입니다. 열심히 일한 끝에 받는 꿀맛 같은 휴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시간이죠. 그런데 휴가기간에 상사의 연락이 온다면 어떨까요? 나아가 업무협조요청이 날아오고, 현지에서 보고서라도 작성해야 한다면요?

지난 16일 뒤늦게 한 언론사의 기사화로 화제가 된 글이 있습니다. 바로 고용노동부 공식블로그에 실린 ‘휴가지에서 현지 바이어를 감동시킨 김대리’입니다. 해당 글은 지난해 10월 올라왔지만 6개월이 넘은 지금 화제가 됐습니다. 화제보다는 논란이라고 해야 할까요? 바로 글의 내용 때문입니다.

글에 등장하는 ‘김대리’는 입사 이래 처음으로 꽤 긴 휴가를 받았습니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받아온 3박 4일 괌 여행권 덕분에 더 행복한 휴가가 될 수 있었죠. 문제는 괌 여행 첫날 저녁 일어났습니다. 동료 대리부터 차장, 부장, 상무님까지 줄줄이 김대리에게 연락을 보낸 것이죠. 해외 계약건이 김대리의 부재 때문에 날아갈 뻔 했다는 것입니다. 첫 날 밤부터 김대리는 해당 계약건 때문에 전화를 돌리고 경과보고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도 김대리는 휴대전화를 쥐고 안절부절못했죠. 가장 큰 일은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다시 회사에서 업무협조를 요청하는 바람에 김대리는 다른 한국 여행객에게 노트북을 빌려가면서까지 호텔에서 일해야 했죠. 덕분에 아내와의 사이는 완전히 파탄이 났습니다. 돌아와서도 휴가를 온전히 즐길 수 없었습니다. 다만 회사에 복귀하니 상무님이 “자네 덕에 현지 바이어가 감동했다”고 칭찬해줘 어깨가 으쓱하고 웃음이 났다고 김대리가 회고하는 것으로 글은 끝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이 글은 1985년이 아닌 2015년 고용노동부 블로그에 올라온 글입니다. 휴가지에서 굳이 일을 해서 가정파탄을 내 놓고도 회사에서 칭찬받았다고 뿌듯해하는 글이 ‘미담’으로 포장된 것입니다. 그 어느 곳보다 노동자의 권리를 가장 보장해줘야 할 고용노동부의 의식이 아직도 30여 년 전에 머물러있음을 증명한 것이죠. 화제가 된 후 고용노동부의 조치는 해당 글을 주말 동안 비공개로 돌렸다가 다시 월요일이 되자 공개로 돌리는 데에 그쳤습니다. 누가 봐도 논란이 되자 잠깐 네티즌들의 시야에서 해당 글을 빼돌린 후 다시 그런 일은 없었던 척 하는 얄팍한 모양새입니다.

덕분에 해당 글의 댓글란도 난리가 났습니다. “대리급 하나가 휴가 갔다고 계약 날아가는 회사는 망해도 싸다”며 글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댓글부터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하는 댓글 일색이죠.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은 휴가 가도 반드시 일해라” “고용노동부 직원들 이렇게 사느냐, 불쌍하다”라는 비아냥거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일자리는 늘리고, 기존의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을 올리는 일자리 ‘늘·지·오’라는 슬로건 아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4개 정책목표 11대 전략을 중점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글쎄요. 공식블로그 글을 보면 일은 늘리고, 기존의 노동의식만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낮추려는 것 같이 느끼는 건 과민한 반응일까요? rickonbge@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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