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백내장’, 어떤 질환?

기사승인 2014-12-18 15: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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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탈을 쓴 ‘백내장’, 어떤 질환?

노안으로 안보이던 눈이 어느날 갑자기 잘보인다면?

노안으로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김모(52·남)씨에게 돋보기는 바늘 가는데 실 가는 듯 따라다니는 필수도구였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돋보기 없이 신문 글씨나 책의 글씨 등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노안교정수술을 고려했던 김씨는 수술비를 아꼈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최근 들어 다시 글씨가 잘 안 보이는 것은 기본, 오히려 시야가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안이 갑자기 심해졌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김씨는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아플 때 통증으로 질환을 미리 점쳐보곤 한다. 콧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감기의 전조증상으로 여긴다던가, 허리의 찌릿찌릿한 통증이 계속되면 허리디스크를 의심하는 등 나타나는 증상을 질환의 신호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거나 이상이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호전된 증상으로 우리를 혼돈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노안이 백내장을 만났을 때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면서 뿌옇게 보이게 되는 질환을 말하는데, 노안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노인성 안구질환으로 꼽힌다. 이러한 백내장이 노안이 있는 상태에서 발병하게 되면 오히려 시력이 좋아지게 되는 의외의 양상을 보여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내장 증상이 노안 증상에 돋보기 역할 한다?

우리 눈의 검은자와 홍채 뒤에는 투명한 안구조직인 수정체가 존재하여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상을 맺게 하며 시야를 확보한다. 백내장과 노안 모두 눈의 주된 굴절기관 역할을 하는 수정체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데, 노안의 경우 수정체가 노화로 인해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물이나 글씨 등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반대로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고 딱딱해지며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게 되는 질환을 일컫는다. 이와 같은 두 질환이 함께 발병한다면 흐려진 시야와 낮아지는 시력으로 눈에 특이한 이상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백내장으로 딱딱하게 굳으며 굴절력이 커진 수정체가 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노안의 초점을 맞춰 스마트폰이나 작은 글씨 등이 갑자기 잘 보여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수정체의 굴절률이 증가하면서 근시 상태가되고, 노안으로 맞지 않던 초점이 일시적으로 맞춰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내장으로 인해 좋아진 시력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수개월 이내 다시 돌아가게 되며 이후에는 시력이 원래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좋아질 정도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백내장의 말기 단계인 ‘성숙백내장’일 가능성이 높아 수술을 피하기 어렵다. 백내장이 이처럼 악화될 경우에는 실명에 이르는 녹내장까지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백내장의 정확한 증상을 숙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거나 어두운 실내나 밤에 더 잘 보이는 현상, 빛이 퍼져 보이거나 햇빛에서 눈을 뜨기 힘든 것이 백내장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무엇보다 안보이던 가까운 글씨나 사물이 잘 보인다면 백내장을 의심하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백내장과 노안, 노안 다초점 렌즈 삽입술로 극복

현재 의학기술로는 백내장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는 약물치료나 보존적 치료 만으로는 다시 맑아지게 할 수 없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거나 성숙백내장과 같이 악화된 경우라면 수술적치료만이 해답이 된다.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제거한 후 개개인의 시력 도수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여 수술하는데, 최근에는 다중 초점 렌즈로 노안까지 동시에 교정이 가능한 ‘노안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리서울안과 구오섭 대표원장은 “다초점인공수정체는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해 근거리, 중간거리, 원거리를 모두 볼 수 있어 노안과 백내장이 함께 발병했을 때 안성맞춤인 수술 방법이라 할 수 있다”며 “백내장은 선천적이거나 외상으로 발병되는 경우도 있지만 50~60대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노안과 복합적으로 발병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오섭 원장은 “최근에는 노안있고 백내장이 동반된 경우에 노안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과 같이 개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맞춤으로 진행되는 정교한 수술법들이 등장하면서, 근시, 원시, 난시 및 노안 시력교정과 백내장모두 해결이 가능해졌다. 고령의 나이에 진행하는 수술인만큼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관리 등을 신경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